▶ 수급과 심리의 변화에 의한 등락장세 지속
최근 들어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하루걸러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은 KOSPI가 지난 10일 이후 7일 동안 13p의 좁은 박스권(종가 기준)에 움직이는 기간조정의 양상을 띄고 있다. 기간조정을 통해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을 줄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적개선에 비해 빠른 주가상승도 1/4분기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부담을 줄여가고 있다. 최근까지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을 점검해 본 결과 미국의 경우 36개(S&P500 기업 기준)사 가운데 25개사(70%)가 예상을 웃돌았으며, 우리나라도 KOSPI 100 편입기업의 EPS 추정치 상향/하향비율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1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까지는 실적전망이 하향조정되는 사례가 많았으나 4월 들어서는 실적전망이 상향조정되는 기업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4월 들어 실적전망이 상향조정된 기업들을 보면 IT(삼성전자, 삼성테크윈, LG디스플레이), 자동차(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화학(한화석화, LG화학) 업종이 주로 많았다.
특히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초반까지만 해도 올해 1/4분기와 2/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17일 현재 2/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조정되는 등 실적전망이 빠른 속도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탑다운(Top-Down) 측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바텀업(Bottom-up) 측면에서 보면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최근 들어 불안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 역시 펀더멘털보다는 수급과 심리의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 기관의 매도세 전환
이러한 조정흐름 속에서 수급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본 결과 당분간 매물소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던 지난 3월 이후 주식시장을 A국면(3.3~4.3일)과 B국면(4.6~4.20일)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A국면에서는 기관을 중심으로, B국면에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주식을 매수하는 주요 주체가 기관에서 외국인으로 바뀐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최근 기관은 11일째 매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특히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투신이 매도로 돌아선 것은 KOSPI가 1,3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형펀드에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04년 이후 6년 동안 KOSPI가 평균 1,294p에서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장기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손익분기점이 위치한 지수대라고 할 수 있는데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공포에 가까운 급락세를 경험한 일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손익을 확정지을려는 욕구가 강해질 지수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연기금이 지난 6일 이후 기관 순매도 금액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3월 중반부터 매도로 돌아섰으며 지수의 상승폭이 확대될 때마다 매도규모도 커지고 있다.
실제 연기금은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20일 현재까지 KOSPI 1,100~1,200선에서는 1천 7백억원을 순매도하는데 그쳤으나, 1,200~1,300선에서는 4천 1백억원을, 1,300선 이상에서는 1조 1천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돌이켜보면 연기금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동안 7조 6천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것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0개월동안 순매수한 금액(6조 9천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4월 들어 연기금이 순매도한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금은 특정종목에 대한 비중축소가 아닌 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주식비중을 줄여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투신, 연기금 모두 매도세가 단기에 마무리되기 보다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지수 조정이 추가로 진행되어 가격부담이 적어지거나 추가 상승요인이 강하게 부각되어야 최근의 매도세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 외국인, 개인에 기댈 수 있으나….
이러한 기관의 매도공세에도 불구하고 KOSPI가 급격한 가격조정 없이 기간조정 양상을 보이고 것은 외국인과 개인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수급이 일정부분 균형을 이룬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은 미국 S&P500지수와 매우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국내증시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선 지난 3월부터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타 아시아 이머징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외국인의 매수세로 인해 기관의 매도공세가 상쇄될 경우 국내증시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미국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외국인 마저 매도로 돌아설 경우 수급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증시 역시 6주연속 상승한 이후 추가적인 연속 상승의 확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4월 이전까지만 해도 KOSPI 1,200선 아래에서의 저가매수에 치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최근 1,300선 이상에서도 대거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한단계 높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대기자금의 성격인 고객예탁금이 사상최고치 수준으로 급증함에 따라 조정을 받을 경우 개인의 저가 매수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이며 이러한 부분은 주식시장의 하방경직성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조정분위기 좀 더 이어질 듯
단기간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기관을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되고 있어 당분간은 매물소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기관의 매도 지속 가능성과 함께 외국인의 매수강도 약화가 나타날 경우 수급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급이 일정부분 균형을 이루고 있는 KOSPI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사흘째 매물을 내놓고 있으며 단기매매 성향이 강한 개인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더욱이 전체 신용잔고에서 차지하는 코스닥시장의 신용잔고 비중이 지난 2007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인 27.2%로 지난해 11월말(17.8%)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이다(16일 데이타 기준).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코스닥시장의 경우 KOSPI시장에 비해 변동성 확대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일부 급등했던 종목의 현금화 전략도 여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센터 박성훈 애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