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서유럽 쪽으로 확산될 조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금융시장 불안, 실적 악화 등이 맞물리며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도 외환시장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지난해 새롭게 형성된 전고점 돌파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6.30원으로 전날보다 27.30원 급등하며 종가 기준으로 10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장중 고점을 1517.00원까지 찍으면서 지난해 11월 21일 장중 형성된 전고점인 1525.00원에도 접근했다.
이날 현물환율은 1503.50원으로 급등 출발한 이후 장초반 1515.00원까지 치솟으면서 고점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갔다. 1510원 부근에서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잠시 공방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다시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오전 중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며 당국자가 시장에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 발언이 오히려 거래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불러왔고 이에 따라 잠시 수급 공방이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고 난 뒤, 전날과 달리 당국의 실개입이 크게 나오지 않았고, 이는 환율 급등의 단초가 됐다.
당국은 공식적인 구두개입 하나 없이 조용하게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서울외환시장은 장 시작 전부터 불거진 미국 금융시장 불안과 역외 NDF선물환율의 상승세가 현물 환율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흐름이 나타났다.
간밤 다우지수는 지난주에 비해 250.89포인트, 3.41% 급락한 7114.78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2년만에 최악의 흐름을 보인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은 씨티은행 국유화에 따른 안도감이 작용하면서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양상을 펼쳤다. IBM, 휴렛페커드와 인텔이 5%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다우지수 급락세는 그대로 국내 코스피지수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코스피지수가 한때 1050선대로 4% 가까운 급락 흐름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063.88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전일비 35.67포인트(-3.24%) 급락했다.
하루동안 서울외환시장의 은행간 거래량은 37억 9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오는 25일 매매기준율(MAR)은 1510.80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우리 외환시장은 동유럽 금융위기로 촉발된 신흥국들의 재평가 작업이 지속되면서 달러화 매수에 유리한 시장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HMC투자증권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시장은 신흥시장 리스크 재평가, 글로벌 금융위기 따른 달러 재강세 기조가 뚜렷하다"며 "동유럽 금융위기가 신흥시장 전체 위기로 번질 우려가 있고 국내 수급상으로도 3월까지 국내은행 차입금 많아 대내외 모멘텀과 수급이 모두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우리 무역수지 등 흑자폭이 늘어나 펀더멘털 개선 요인이 나온다면 환율 하락요인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3월까지는 환율의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국내외 수급 요인이 달러화 매수에 유리한 조건에서 외환당국이 실탄을 낭비하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시장참여자들은 환율이 당분간 상승 추세를 이어가면서 금융불안 속 달러 수급 우위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딜러는 "환율이 전고점에 바짝 다가서고 종가기준으로 11년만에 최고치를 보인 만큼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 위쪽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