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의 공세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독립 변수다.
올 하반기 달러화의 강세를 이끌었던 '위험 회피(risk aversion)' 양상이 좀 도 지속될 수는 있다. 하지만 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내년 상반기, 그것도 선진국 통화가 아니라 신흥국 통화 쪽에서 좀 더 선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이미 바닥을 지났다는 판단이나 경기가 내년에 바닥을 지날 것이란 기대가 환율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과거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이 엔화에 대한 지속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듯이, 연방준비제도의 달러 유동성 풀기가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부양책을 위한 재정자금 수요로 국채 발행을 늘리게 될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적극적인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책이 빠른 속도로 금융 안정 및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다면 모르지만, 정책 효과가 신통치 않고 시장의 신뢰가 추락할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이 기사는 5일 00시 52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2008년 글로벌 美달러: 우여곡절 속 강세
2008년 글로벌 달러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연말 환율로 비교할 때 달러화는 엔화 대비로 110엔 선의 강세에서 90엔 선의 약세를, 유로화 대비로는 1.46달러의 약세에서 1.40달러 부근의 소폭 강세를 보이는 '혼조세' 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의 굴곡은 생각보다 심했다.
3월 베어스턴스 붕괴 시점에 100엔 선이 붕괴되었던 엔/달러는 8월까지 110엔 선을 회복했다가 위기가 심화되면서 다시 90엔 선을 무너뜨리는 흐름을 보였다.
달러/유로는 4월과 8월에 각각 1.60달러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10월말에는 1.24달러 선 아래까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12월 들어서는 한때 1.47달러 선까지 급반등했다가 1.42달러 대로 주춤거리는 형편이다.
이 가운데 상반기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던 달러화지수는 7월 이후 급격하게 상승, 올해 바닥에 비해 25%나 급등했다. 11월 이후 다시 고점 대비 12% 정도 조정받은 상태다.
경기가 생각처럼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 전환은 '안전자산'으로의 위험 도피, 디레버리징 그리고 본국송환 움직임을 배경으로 했다.
이어진 달러화의 조정 국면은 미국 정부의 부실 구제와 자동차 산업의 위기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인하를 배경으로 했다.
2009년 달러화의 전망은 갑자기 새로운 전환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달러화의 현주소, 현 추세에서 출발한다.
◆ 2009년: 전약후강(前弱後强)' 흐름 탈 듯
앞서 지적했듯이 2009년 달러화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경기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달려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상반기까지 좋지 않다가 하반기에 회복하는 흐름을 기대하고 있지만, 'V'자 회복보다는 'U'자, 그것도 바닥이 넓은 욕조형 경기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기약없이 당분간 침체가 지속되는 'L'자 경기 전망도 제출된다.
이 같은 경기(회복) 전망은 달러화가 내년말까지 강세를 보인다고 해도 상반기에는 좀 더 약세를 보인 뒤의 일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미국과 또 다른 해외경제나 금융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예상치 못한 '악재'를 감안한다면 올 하반기에 경험한 위험 회피에 따른 달러 매수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가능성은 금융시장이 이 같은 악재를 얼마나 선반영했는지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오바마 신정부의 공세적인 경기 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인 초저금리 및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와 나란히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경기를 지원하는 것과 무관하게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기축통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막대한 유동성의 공급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발행할 막대한 규모의 국채가 해외투자자들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볼 때 '경상적자' 불균형이 얼나마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또 혹시 연방준비제도의 방대한 유동성 공급 대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의문과 우려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제 질서의 재편' 전망, 혹은 유로화 내지 중국 위앤화의 위상 강화에 따른 달러화의 지위 변화 가능성과 결부되는 것이다.
◆ 금리격차 수렴에 따른 변동성 축소 예상
올해 주요 환율의 변동성에는 금융시장의 혼란 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전망도 크게 한 몫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앞으로 중앙은행들 사이의 차별성이 줄어들면 주요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달러/유로가 1.40달러 선 위로 상승한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가 사실상 '제로금리'를 단행한 데 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좀 더 보수적으로 금리인하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작동하고 있다.
영란은행(BOE)의 경우 미국을 따라 '제로금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파운드화는 유로화와 1대 1 수준까지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있다.
170엔 부근에서 115엔 아래로 추락했던 엔/유로가 최근 128엔 선으로 반등한 것도 이런 중앙은행의 태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는 한때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제로금리 정책을 단행하면서는 이 같은 우려를 제쳐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달러화가 올해 하반기 너무 강세를 보임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수출경기 부양 요소도 사라져 부담이었다.
따라서 달러화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약세를 보인다면 이 자체로도 경기를 부양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지속하게 된다면 이는 일본과 독일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엔/달러가 한계선 이하로 하락하고 달러/유로가 다시 사상 최고치로 달려가는 등 사태가 악화된다면 '독자적인 개입을 통한 자국 통화 평가절하'로 환율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로존의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또 금융 위기에 대한 노출 정도도 크기 때문에, ECB도 결국 더욱 큰 폭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도 경기가 생각보다 악화되면서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과 함께 유동성 공급을 위한 이례적인 대책을 내놓는 실정이다.
이런 주객관적인 조건에 따라 주요 선진국 간의 '금리격차' 요인은 내년에는 거의 수렴되거나 소멸할 것이다.
수렴한 금리 격차는 환율 변화의 주요 요인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의 움직임은 미국 외 다른 주요국 경기 전망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