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폴트 가능성보다 고유등급 변동성에 초점
- "모래 속 머리 박아선 안돼" 자성의지 높아
- “이전부터 하던 것 다시 꺼낸 것 불과” 지적도
[뉴스핌=한기진]미국 청문회까지 불려가 “당신들이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비난공세에 변화해야 한다는 자성론을 모색하고 있다.
인력보강에서 신용평가 프로세스개선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감독당국의 규제강화에 화답하겠다”는 정도의 강력한 의지를 비칠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일부 해왔던 조치들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 변화 몸부림...평가방식까지 손대
“모래속에 더 이상 머리를 박아서는 안된다. 믿을만한 신용평가 결과를 제공하라는 규제당국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신용평가사도 변해야 한다. 지금이 그 때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이자 스탠다드 푸어스(S&P), 무디스(Moody’s)와 함께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지목되는 피치(Fitch)의 마얀 반 데르 바이덴은 금융위기발생에 대해 신평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자신들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다르면 피치는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구조화금융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기 위해 분석툴을 보강하고 있고, 구조화금융리스크 책임자를 충원하고 있다.
그는 “시장에서는 펀더멘탈 신용위험 대비 유동성 및 가격리스크를 파악하느라 분투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시장가치로 따질 때 진짜 신용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도 신용리스크인지 시장리스크인지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스탠다드 푸어스의 데븐 샤마 사장은 “모기지 충격에 대해 놀랐다”며 “정부의 규제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신용평가프로세스 향상을 위해 27가지 대책을 밝혔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먼저로 구조화금융에서 자산 분류에 따른 인력을 육성하고, 새로운 최고신용책임자를 포함한 시니어급 전문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순환배치를 하고 옴부즈만을 위한 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잠재적인 이해관계 충돌을 막고자 하는 조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용평가의 초점도 디폴트가능성보다는 고유등급의 변동가능성에 맞춘 신용안정성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 “예전부터 하던 것 종합한 것” 실효성 의문
하지만 이 같은 신평사들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지적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전부터 조금씩 나왔던 제도들을 문제가 불거지니까 다시 꺼내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의 순환배치도 과거부터 아시아 담당자를 남미 담당자로 전환하는 식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신평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달 초 세계 20개 주요국(G20)의 공동선언문에도 국제 신평사에 대해 관리감독 및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지난 5월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개정 발표하며 신평사의 이해상충, 정보 불투명성의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신용등급 책정에 관련된 직원이 해당 기업과의 수수료 협상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미 정치권은 신용평가사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투자자들이 신용 평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에 있다.
◆ 돈에 신뢰를 팔았다 비난받은 신평사 ‘날 세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신용평가사들은 남의 신용은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정작 본인들의 신용은 꼴찌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박윤식 국제금융학 교수는 “위험이 높은 서프프라임 모기지가 여러 단계를 거쳐 채권화하는 데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고 발행된 것은 신용평가를 통해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신용평가사와 이해관계가 맞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미 하원 감독 및 정부개혁위원회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의 최고경영자들을 청문회에 소환된 자리에서 신평사들은 경쟁사를 제치고 유가증권 평가 업무를 따내려고, 부도 위험이 높은 증권들에조차 '투자 가능' 등급을 매겼다고 고백했다.
2007년 무디스 임원회의에서 레이먼드 맥대니얼 회장은 "경쟁자인 피치와 S&P는 미쳤다. 그들은 모든 증권에 투자 등급을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P의 내부 문서는 "무디스가 위험 요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무디스에 일거리를 뺏기고 있다. 우리 회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