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금융기관인 두 회사의 파산신청과 M&A는 이례적으로 지난 일요일에 전격 발표됐다. 미국 월가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리먼과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희생양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서프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채권의 부실화가 모기지업체의 부실과 도산에서 촉발한 전형적인 금융부실사건이다. 이 사태로 인해 지난 1년 가까이 미국의 모기지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연명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이런 와중에서 월가에는 대형금융기관의 위기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고 금융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널리 퍼졌다. 심지어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의 월가 상황을 100년만에 올 수 있는 금융위기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리먼과 메릴린치 사태는 월가에 잠재해 있던 금융불안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두 회사의 파산신청과 피합병으로 매듭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대보험사인 AIG가 신용등급하락을 막기 위해 FRB에 40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JP모건체이스,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UBS,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긴급유동성 조달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펀드참가기관은 누구든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 기금의 일정한도를 빌려 긴급처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린스펀의 경고가 단순한 경고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리먼과 메릴린치 사태는 세계금융시장을 심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당장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가의 후폭풍이 국내 금융시장에 쓰나미 처럼 밀려들며 어느 정도 피해를 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 몰려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게 불과 10년전의 일이다. 월가의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화유출은 불가피하다. 최근의 증시하락과 환율불안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과 무관하지 않다. 수출부진으로 인해 경상수지가 적자행진이고 머지않아 순채무국이 될 처지에 있어 외환부족으로 인한 제2의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월가의 후폭풍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는 무엇보다 철저한 외환관리가 우선이다.
월가의 위기는 금융공학기법을 동원해 다양하게 개발한 금융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 온 탓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의 경우처럼 주택담보채권 하나에 3~4개의 고리가 연계된 파생상품이 개발돼 유통되는 사례는 너무 흔하다. 그 만큼 월가의 금융상품 유통구조는 복잡다양한 것이다. 금융전문가들 조차 제대로 금융상품을 이해할 수 없어 적어도 관련분야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비아냥 마저 나온다. 월가의 금융위기론의 본질은 바로 복잡다양한 파생상품의 실체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내 금융기관이 좌불안석이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이유도 바로 파생상품의 영향이 크다. 월가의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와 함께 파생상품의 투자규모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은 제2의 외환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이와함께 국내 금융기관의 파생상품 개발과 투자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가 파생상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더욱 경계할 일이다. 월가의 금융위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를 일이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