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소유 한도 10% 확대 급격히 추진될 가능성 적어
[뉴스핌=원정희 기자] 산업자본에 은행지분 인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놓고 아예 산업자본의 지분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국민연금에 한해 허용, 혹은 전향적으로 터줘야 하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스팩트럼이 재확인됐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쪽 모두 현재 감독기관의 사전·사후 감독 및 심사기능이 미흡하고 강화돼야 한다는 데엔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원회가 3단계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여전히 완화하는 쪽으로 명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자본의 10%한도 상향 등의 급격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금융연구원의 주제발표로 진행된 '은행 소유규제 합리화 방안' 정책세미나에선 금산분리 완화를 놓고 이같은 다양한 스팩트럼의 의견이 쏟아졌다.
◆ 산업자본 은행소유 한도 10% 확대엔?
완강한 반대입장을 보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재도 산업자본은 의결권만 포기하면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며 상향 논의가 별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0%로 상향한다는 것은 산업자본의 지배력 행사를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금융위가 그동안 제시했듯이 사전 사후 심사로 강하게 통제한다면 누가 조단위를 들여 10%까지 소유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과대학 교수는 우선 금산분리 완화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고 교수는 "은행산업 경쟁력 및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데 은행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다른 방법에서 찾는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산업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은행 수익력을 높이는게 바로 은행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사례를 들어 국내자본이 외국자본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론스타의 경우 은행법 시행령에 나온 특별한 규정에 의해 허용된 것으로 이는 법제도 측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금산분리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또 "요즘은 은행 지분 10%만 소유해도 대주주로서 영향력 행사를 할 수 있다"며 "10%까지 허용해주면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함으로써 폐해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조기욱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은 "10% 완화 필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지분소유 한도를 늘리는 것과 의결권을 똑같이 늘리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처럼 4.9%까지는 승인 없이 허용을 해주되 초과 허용여부는 강화된 적격성 심사하에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강명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단국대 교수)은 "오히려 지방은행의 소유규제 수준인 1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차이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공필 우리금융 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사전적 규제로는 한계가 있고 해보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민연금.기타 연기금·PEF의 허용?
PEF와 연기금의 참여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지난 1999년 미국의 'GLB ACT' 입법 사례를 소개, "미국 입법자들도 PEF나 연기금을 통해 은행 대주주가 되는데 대한 이해상충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한국 현실에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PEF가 은행에 경영력 행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은 올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런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투자 이상으로 은행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겠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고동원 교수는 "은행 민영화 때 인수할 국내자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안으로서 국민연금의 은행지분 인수 허용은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한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고 교수는 PEF에 대해선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PEF는 단기적으로 투자대상처를 찾아 수익을 올려 매각하는 속성을 갖고 있는 반면 은행은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게 속성이어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기욱 부사장은 연기금 활용론은 본질적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반면 PEF에 대해선 "직접적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은 15%로 여유있게 가져가되 의결권은 10%까지 확대할 수도 있지만 감독기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공필 전무는 "시장에서의 규제가 과거와 달리 매우 강하다"며 "PEF 등에 전향적으로 터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과 같은 재무적 투자 목적의 연기금에 대해선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보지 않는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 감독기관의 사전·사후 감독 미흡 우려
은행 소유규제 완화에 대한 다양한 스팩트럼을 형성했던 이들 토론자들도 감독기관의 사전 및 사후감독 강화가 미흡한 부분이 많고 앞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한결같이 강조했다.
고동원 교수는 "100% 완벽하게 감독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문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조기욱 부사장도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게 필요하지만 실제 심사내용과 절차를 정비하고 역량을 강화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사전에 어떻게 규제하느냐가 중요한데 과연 과거 감독기능 강화가 사전적 예방 능력을 발휘한 적이 있었냐"며 "감독기능 강화로 풀어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헌 교수는 "소유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를 하는 등 사전규제 대신 사후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공필 교수는 "적격성 심사와 사후감독이 현재 미흡하고 한계가 있단 점도 사실"이라면서도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도록 촉발하는 차원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