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뉴스핌 홍승훈기자] 외환위기 이전 한국 금융기관은 홍콩에 진출해 대부분 투자경험을 쌓는 정도의 소극적인 업무를 해왔다.
외환위기 당시 대형증권사 국제금융부에 근무했던 증권맨은 당시를 이렇게 술회했다. "재경부쪽에서 달러자금을 쓰라고 계속 부추겼다. 그래서 낮은 금리로 1억달러 가량 받아 투자했던 기억이 있다. 은행에선 훨씬 많은 돈을 받아 투자했을 것이다. 돈이 있으니 투자는 해야겠고 그래서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들에 공격적으로, 하지만 솔직히 멋모르고 투자했다. 리스크관리란 개념은 없었다"
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IMF 위기를 극복한 한국은 이제 달라지고 있다. 리스크관리도 예전같지 않다. 일부 해외 현지법인장들은 "과도한 리스크관리로 투자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국내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강도가 세졌다"고 전했다.
과연 해외투자 역사가 짧은 한국의 증권사들이 과연 50년, 100년 이상을 군림해온 글로벌IB과 경쟁해 해외투자 부문에서 어깨를 견줄 날이 올까.
◆ 진화하는 증권사 해외전략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주 홍콩과 중동, 마카오쪽의 10여개 기관투자자들을 한국으로 불렀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해남과 내장산 등에 개발하는 리조트 투자건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유치하기 위해서다.
8년째 홍콩서 근무중인 한국증권 오경희 홍콩법인장은 "이곳에선 한국주식 중개도 하고 홍콩주식에도 투자한다. 또 한국기업들이 해외서 발행하는 CB나 BW를 연결하기도 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국내외 딜을 주선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의 경우 국내 딜 주선을 하는 셈이다.
과거 단순 투자나 주식중개에서 한 걸음 올라선 방식이다. 오 법인장은 "이제 국내서 만든 펀드를 홍콩 등 해외쪽에도 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서 돈을 갖고와서 쏘는 것이 다였지만 이젠 아니다. 해당국에 가서 펀딩도 하고 투자도 하는 진정한 로컬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페이든 포토맥사와 함께 추진중이다. 미국의 부동산과 채권 등의 자산 가치가 서브프라임 사태 후 크게 하락, 지금이 미국자산 투자에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현재 펀딩 또한 국내 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현대증권 류상인 홍콩법인장은 "일단 3억달러 펀딩이 목표다. 저평가된 채권을 사서 차익을 낼 것이다. 수익률은 15%다"고 설명했다.
류 법인장은 이어 "과거 바이코리아였다면 지금은 바이USA"라며 "중국펀드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많아 마케팅에 긍정적이며 투자기간은 3년이지만 이전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은 올해 홍콩내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추진중이며 이후 2~3년내 영업 상황을 살펴 추가로 현지 금융기관을 인수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에 있다. 현대증권 또한 현지화전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내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인 대우증권도 홍콩내 활약이 상당하다. 지난 1999년부터 홍콩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대우증권 김종선 법인장은 홍콩내 터줏대감. 현재 홍콩에 있는 법인장 중에 홍콩 짬밥이 가장 높다. 그만큼 성과도 이채로웠다.
대우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지난 2001년 중국벤처펀드인 '드래곤텍 벤처펀드'에 투자한 PEF. 당시 국내 3개 보험사들이 3500만달러를 출자하는 등 총 7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런데 투자한 회사중 썬텍파워홀딩스란 회사가 뉴욕증시에 상장, 투자차익이 20배가 넘게 난 것이다.
김 법인장은 "2005년초 주당 2달러에 매입한 주식이 1년도 안돼 주당 30달러까지 치솟았고 대우증권은 당시 30~35달러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나왔고 현재는 60달러 수준까지 올라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 법인장은 이어 "현재 홍콩에 자산운용 라이선스를 신청해둔 상태"라며 "면허가 나오면 홍콩법인 내에서 운용할 계획이며 3/4분기 내 면허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는 이를 통해 프리 IPO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사 가운데 홍콩에 가장 늦게 진출한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10월 법인인가를 받았다. 굿모닝신한 김성수 홍콩법인장은 기자에게 IB부문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 법인장은 "몇몇 국내사가 주식영업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굿모닝신한은 IB 중심의 특화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특히 홍콩을 거점으로 인도나 중국내 유망한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굿모닝신한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인도나 중국에 있는 유망한 비상장기업 투자건. 괜찮은 투자처가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주상수 IB헤드는 "인도, 중국, 베트남을 보면 아직 남들이 건드리지 않은 부문들이 아주 많다. 인도의 경우 제약업종이 상당히 발달했는데 제도적 규제는 별로 없다. 알려지지 않은 유망한 제약회사들을 상당히 많다"는 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자기자본 투자(PI투자) 보다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딜을 소싱하는 것이 중심이라고 한다. 물론 딜을 진행하면서 좋은 투자기회가 생기면 직접투자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법인장은 "부동산업체가 브로커 역할 하다가 좋은 부동산 매물이 나오면 직접투자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일단 중개에 역점을 둘 것이며 이후 좋은 투자처가 나오면 직접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홍콩서도 '주식 브로커리지'는 최대 격전지
역시 주식중개는 어디서나 최대 격전지였다. 외국계 글로벌 증권사 중 한국 주식에 대한 홍콩내 주식중개 점유율은 크레딧스위즈(CSFB)와 UBS증권이 10% 이상을 점유하며 독보적이다.
국내사 중에선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앞서 있는 상황. 시장 점유율은 삼성증권이 4.5~5%로 외국계를 포함해 점유율 톱10위 안에 랭크돼 있고, 우리투자증권도 4.1%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그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삼성증권 이주상 홍콩법인장은 "리서치와 세일즈 서비스가 국내사 중엔 최고"라며 "국내서 가장 많은 기업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사 중 해외진출에 가장 소극적이던 삼성증권도 하지만 해외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20년 글로벌 탑10'이란 비전을 세워 PI부문과 IB에서 수익의 50%를 넘기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
삼성증권측은 "과거 브로커리지 위주의 해외진출이었다면 이제는 트레이딩과 IB부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마무리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홍콩전략은 주식브로커리지에 보다 집중하는 방향이다. 김영근 홍콩법인장은 "1%도 안되던 시장 점유율이 3년만에 4배가 늘었다"며 "근속 연수가 가장 긴 우리의 애널리스트들이 만드는 질 높은 리서치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 법인장이 말하는 우리투자증권의 점유율 급상승 배경은 또 있다. 글로벌 인터그레이션(Global Intergration)이 그것. 우리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과거 뉴욕과 홍콩, 런던 등 각 지열별로 실무를 추진하던 것을 지역에 상관없이 공동협력 및 통합시스템으로 바꾼뒤 나타난 소기의 성과다.
김 법인장은 "외국계가 국내사에 주문을 넣을 때 전세계에 퍼져있는 지점 및 법인들의 평가를 모아 점수를 매기고 여기서 나온 점수에 따라 약정을 배분한다"며 "때문에 하우스간 경쟁을 없애고 정보공유를 최대한 하기 시작하면서 시너지가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도 있다. 한국계 증권사들이 너도 나도 진출하다보니 국내시장과 마찬가지로 평균 수수료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IMF 이전엔 평균 커미션이 45bp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20bp까지 떨어졌다. 물론 국내서 기관 투자자 대상의 커미션(10bp 수준)보단 높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이익률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김 법인장은 "홍콩에 진입하는 국내 증권사의 경우 일단 큰 준비없이 가능한 주식 브로커리지업무를 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자들이 네임밸류와 리서치의 질적 문제를 고려치 않고 저가 수수료만을 기준으로 주문을 넣지는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김 법인장과 이 법인장의 자신감.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홍콩서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운용 규모가 워낙 크고 자금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여타 국내사 대비 크다보니 시장 파급력이 높다고 현지인들은 전해왔다.
결국 홍콩에서 국내 증권사간 최대 경쟁분야는 주식약정이다. 홍콩서 만난 한 법인장은 "국내사 중 홍콩에 진출한 증권맨들은 그리 친하지도 않고 친하더라도 잘 만나지 않는다. 일도 바쁘지만 서로 정보 캐내려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