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지주회사체제로 탈바꿈하는 창립 사상 최대 격변을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 내부나 금융계에선 올해 안에 적어도 산은금융지주(가칭) 출범까지는 충분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분명한 것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산은이 3단계에 걸쳐 민영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우 선진적인 정책금융의 본산 역할을 할 단위가 새롭게 마련되고 산업은행과 그 자회사들이 민간화된 투자은행그룹으로 환골탈태한다는 사실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제부터 부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원들 인선이 끝나고 금융위 사무처 조직을 본격 가동하면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민영화를 본격 검토하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수에 앞서 구성될 추진단은 해당 금융회사들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일종의 드림팀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서도 산업은행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리라는 예감에는 거의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선진정책금융부문과 투자은행그룹의 구분 정립
지금까지 제시된 밑그림은 크게 3단계의 환골과 탈태 과정을 기획해 놓았다.
첫 단계는 지주회사로 뼈대와 조직이 변신하는 일이다. 산업은행은 물론 자회사인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등 자회사들을 통째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일단,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되면 정부의 지분 상장을 거쳐 이를 점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끝으로 매각과정에서 확보한 자금 가운데 20조원 정도로 KIF(한국투자펀드)를 출범시켜 전대방식(On-lending) 등 선진형 기법을 동원해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지휘부로서의 정책금융기관을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능을 자연스럽게 떼어 내고 기업금융과 대규모 투자를 주축으로 하는 투자은행그룹으로 발돋움 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것이다.
◆서두르고 싶어도 실무적 절차적 난관 산재
그러나 말이 쉬워 3단계 민영화이지 실무적으로 절차적으로 뚫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고 그 높이도 만만치 않다.
1단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일만 해도 산업은행 자본 구조 대수술을 전제로 다른 자회사와 신설 지주사와의 출자 또는 지분 이동을 거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산업은행은 자산 100조원이 넘는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독특한 자본금을 밑천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산은은 산업자금 공급을 주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재벌 부도가 속출했던 외환위기 초반 대규모 손실 때문에 정부로부터 2004년까지 다양한 출자를 받았다.
그런데 현금 출자로 이뤄진 부분은 4300억원 뿐이고 상장 또는 비상장 주식으로 받은 것이 7조 8119억원 어치나 되는 괴상한 구조다. 납입자본금 총액 8조2419억원 가운데 현금은 5% 남짓일 뿐이고 대부분이 주식이란 얘기다.
상장사 주식으로는 한국전력과 기업은행 주식이 각각 3조6950억원과 4000억원 어치이고 비상장 주식인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주식도 3조7169억원이나 된다.
당장 이들 산은의 자본을 형성하는 주식부터 각기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를 하고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신설 지주사도 산은에 대한 출자관계를 만들어 산은을 자회사로 둘 수 있고 실질적인 지주사 자격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은행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오히려 별 탈 없이 금융·경제 논리에 입각한 민영화가 끝까지 이뤄질 수 있느냐를 걱정하고 있다.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 소관이지만 산은은 동시에 공기업이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서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유기적 협조 속에 민영화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금산분리 완화와 맞물린 정책과제라는 점 때문에
난산을 겪을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형 IB특화 금융그룹, 시련 없이 열매도 없다
정부가 방안을 완성하면 그에 따른 산은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법령을 고쳐야 하고 이를 위해 공청회와 국회 계류절차를 밟다 보면 금산분리 완환 반대론자들과 야당의 문제제기가 완강해질수록 법 개정은 산고를 치를 수밖에 없다.
반재벌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산분리가 완화가 진행되지 않거나 너무 오래 지연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산은금융지주(가칭) 인수가 유력해 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간산업 해외매각 반대론자들의 저항은 두 말 필요 없이 난관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금융계 관계자들은 "민영화로 인해 전면 경쟁관계에 처하는 상황이 거북한 경쟁은행들이 반대 입장을 조직적으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의 경우 경쟁 증권사나 국내 시장 잠식을 노리는 외국계 플레이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민영화 분리 주장을 펴는 일 등 다양한 반대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한국형 투자은행으로 특화하는 금융그룹을 탄생시키려는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극복 가능한 난관이 될 것이고 단순하게 중소기업금융을 지원하는 KIF를 만드는데 급급해 한다면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산업은행과 다른 자회사를 묶어 놓았다고 저절로 시장가치가 확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입맛을 바짝 끌어올리는 매력이 있는 지주사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산은금융지주사가 기업금융과 투자은행업무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하는 금융그룹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업구조와 역량을 지녀야 민영화 자체도 성공하는 것이고 지분매각을 통한 KIF 출범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