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삼성그룹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신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진퇴양난에 처한 삼성으로서는 그나마 이명박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와 코드를 맞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경련을 방문했을때 이건희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직접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다만 드러내놓고 기대감을 표명할 처지는 아니다. 현재 비자금 조성의혹 등과 맞물린 삼성특검을 비롯한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며 한치앞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기때문이다.
◆ 삼성특검에 경영표류
삼성그룹이 새정부에 발맞춰 내놓을 청사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특검 이후 그룹의 대부분 행사는 취소되고 주요정기인사와 경영 계획도 연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과 계열사의 모든 관심은 현재 수사중인 삼성특검의 수사종료 시점에 쏠려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비자금조성등의 삼성특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계획 수립이 이뤄질 수 있겠냐"며 "하루 빨리 특검수사가 조기 종료돼 쌓여가는 그룹 현안등도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그룹은 올해의 경영기본 방향을 가늠케 하는 신년사는 물론 사업방향을 설정하는 경영계획 수립자체도 뒤로 미 뤄 놓고 있다.
이로 인해 그룹과 주요계열사의 조타수 역할을 할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싶어도 현시국에서 선뜻 나서서 얘기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국내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최근 3년간 삼성그룹이 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투자 등에 투입된 평균 규모는 20조원대를 웃돈다.
다만 삼성그룹이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재계는 친기업 성향의 실용정부 출범에 맞춰 삼성그룹이 올해 투자규모를 예년보다는 10~20% 증액된 25조원 안팎의 답례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비자금조성과 경영권승계를 둘러싼 의혹의 불씨가 남겨진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최종 입장을 발표하는 시점까지는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주도하던 이 회장의 행보는 비자금의혹이 제기된 하루하루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난 87년 고(故) 이병철 회장 타계 20주기 추모행사를 비롯해 취임 20주년 기념식, 신년하례식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 상식 등 가급적 외부노출을 자제하고 있다.
◆ 삼성그룹 "위기가 기회다"
삼성을 둘러싼 온갖 악재는 '위기의 삼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처럼 악재는 몰리는 법인가 보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의 정전사고는 삼성그룹의 불운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터진 삼성그룹 비자금조성과 경영권승계의혹 등이 불거지고 삼성중공업의 태안기름유출사태는 삼성그룹을 최대한 궁지로 몰아 넣었다.
이 외에도 삼성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사고도 잇따라 터졌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에스원에서 발생한 에스원 소속직원의 강도와 성추행 사건이다. 이로 인해 이우희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사과한 뒤 사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월만에 또다시 에스원 직원이 절도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삼성'이란 이미지는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여기에 지난달 31일에는 삼성자동차 채권단들이 삼성그룹과 계열사를 상대로 한 5조원대 채권환수 소송에서 일부승소를 거두며 삼성그룹 분위기를 창사이래 가장 어둡게 만들었다.
일련의 삼성사태를 지켜봤다면 삼성그룹의 위기수준이 아니라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삼성그룹의 위기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으로 믿거나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삼성그룹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친기업정부로 일컫는 실용정부에서 최대한 빨리 경영안착에 노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용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살리기'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삼성그룹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을 배제하고 이 대통령이 그리는 '경제살리기'의 그림을 완성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정부의 정책방향과 노선이 '실용정부'로 확실하게 드러난 만큼 삼성그룹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연유에서 현재 삼성그룹이 겪고 있는 위기들도 재도약의 기회로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