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흐름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굳은 결심으로 목표를 세우는 것. 그러다 보니 1월이 되면 헬스클럽이나 영어학원에 새로운 등록생이 붐빈다고 한다. 초중고교 학생들에게도 1월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새 학년 수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선행학습 기간이기도 하다. 연초 흔들리는 우리 시장의 주가를 보면서, 해가 바뀌어도 변함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증시를 보면서, 1월은 2008년의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행학습 기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미국은 물가 상승 속에 경기 둔화를 일컫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국제 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으로 장중 한 때 100달러까지 상승했는가 하면, 제조업 전망을 읽을 수 있는 서베이 지수인 ISM 제조업지수가 기준치인 50을 하회해 47.7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당초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1.8~2.5%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록이 공개되어 투자자들을 더 움츠러들게 했다.
이에 따라 1월 3일(목) KOSPI는 오전에 30pt 이상 하락해 182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3천억원 이상 매도하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고, 프로그램 매물도 차익거래로만 2천억원 넘게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기관과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 하락폭을 0.72pt로 줄이고 1850선 위에서 장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는 2일(수) 43.68pt 하락과 대조되는 것으로, 아직 대외 변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하방에 대한 내성도 확보해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 미국은 중순 경 물가지수 발표가 고비
아무리 어려운 과정이라 해도 선행학습을 잘 하면 새 학기 본 수업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듯이, 주식시장도 1월 근력을 강화해 놓으면 올해 본 게임에서 맞붙어 볼 만한 힘이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결심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가 아닐까? 1월 증시에 고비가 될 수 있는 시기는 중순 경으로 판단된다. 먼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전이되는 지 여부를 엿볼 수 있는 미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발표가 각각 15일, 16일 예정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로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월 2.3%(전년대비)를 기록할 정도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12월 지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심사인데, 왜냐하면 연준이 오는 1월 29~30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ISM 제조업지수의 경우 이번에 비록 기준선 50을 밑돌기는 했으나, 지난 2001년처럼 오랜 기간 40선대 초반에 머물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아직 기준선 위에 있는 ISM 서비스업지수의 둔화 정도도 함께 체크해야 할 텐데, 미국은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지난 해 금융기관의 손실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1월 4일 예정된 12월 ISM 서비스업지수는 Bloomberg 컨센서스 기준으로 53.7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 연방금리 선물에 반영된 금리인하 확률은 25bp 인하 가능성이 76%, 50bp 인하 가능성이 24%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경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이어 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증시 등락에 울고 웃는 글로벌 증시가 1월 중순 물가지수 발표를 정점으로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 하순에는 연방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반등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설정해 볼 만하다.
◆ 한국은 4분기 실적발표에서 에너지 충전
국내 변수로는 뭐니뭐니해도 1월 중순부터 본격화되는 4분기 기업실적 발표를 꼽을 수 있다. 이미 주가는 올해 1분기 실적 둔화까지 반영하고 앞서 조정을 받은 감도 없지 않지만, 실제 4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추정치가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0일 POSCO, 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줄줄이 4분기 실적을 내놓을 텐데, 당사 추정으로는 2007년의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삼성 유니버스 기준으로 2007년 4분기 영업이익은 15.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5.0% 감소하는 것이지만 전년대비로는 26.0% 증가한 것이다. 지난 해 내내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대비 고르게 25% 전후의 흐름을 보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앞서 지적한 대로 올해 1분기에는 실적이 둔화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작년 4분기 실적만 보고 공격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삼성 유니버스 기준으로 2008년 1분기 영업이익은 15.7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전분기대비 3.1% 증가한 것이지만 전년대비로는 2.0% 감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 3분기를 거듭할수록 전분기대비로나 전년대비로나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올리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업종별로 봤을 때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에 비해 가장 높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제약이다. 그 뒤를 에너지, 지주회사, 조선, 운송, 제지 등이 따르고 있다. 한편,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상위 업종은 제지, 지주회사, 운송, 기계/장비, 건설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 임전무퇴(臨戰無退): 초심을 잃지 않는 각오
시장은 아직 박스권 하단을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1800선 지지가 중요해 보이는데, 1780선 부근에 위치한 200일 이동평균선을 고려할 때에도 하방 경직성을 나타낼 수 있다. 2000년 이후 KOSPI는 크게 네 차례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1년 IT 버블 붕괴, 2003년 카드 버블 붕괴 당시에는 오랜 기간 하락 추세를 이어갔으나, 2004년 차이나 쇼크, 2006년 버냉키 쇼크 때에는 비교적 단기간에 200일 선 위로 반등했다.
이번 미국의 경기 둔화는 과거 주가 버블 붕괴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더라도 오랜 기간 하락추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주요 물가지수가 발표되는 1월 중순 즈음이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을 텐데, 이 시기만 잘 넘기면 29~30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의 금리인하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다. 결국, 정책 의지대로 향후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면 1월의 고통은 체력단련의 시간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투자전략에 있어서는 박스권 하단에서 추격 매도하기보다 분할 매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대외 변수가 불리한 만큼 철저히 실적에 근거한 종목 고르기가 필요한데, 4분기 나아가서는 1분기까지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업종은 지주회사, 운송, 제지, 기계/장비, 건설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