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차명계좌를 개설해줬다는 의혹을 사고있는 우리은행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은행 안팎에서는 해석했다.
일각에선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삼성과 우리은행의 공모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판이다.
이런데도 차명계좌 및 비자금 의혹을 풀어줄 열쇠를 쥔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작 진상규명엔 미온적이어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그야말로 심증은 있는데 우리은행이 전말을 밝히지 않는 이상 확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우리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밑에 있는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며 "위에서 시키면 하는 수 없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사실상 차명계좌 개설을 인정하고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은행 안팎에선 일각의 주장처럼 삼성과 우리은행 간 모종의 밀약이나 공모 등의 확대해석에는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도 금융실명제법을 어기고 차명계좌를 개설했을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삼성은 우리은행에서 최대 포지션을 갖고 있고 최고의 고객인데 그거 하나 해달라고 거듭해서 조르게 되면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자칫, 은행이 밉보이기라도 했다가는 최대 우량 고객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데에는 차명계좌 개설 시점이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및 우리은행장의 재임 시절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황 전 회장은 현재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목희 의원은 지난주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삼성그룹이 본인 몰래 비밀계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은행의 지점장 선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황영기 씨가 개입됐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의혹에 의혹으로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위원회는 우리은행 자체 검사 결과를 기다린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감위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어느 한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에 대해 아무 근거 없이 감독기구가 나설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일단 "우리은행이 해당계좌를 어떻게 개설했는지, 누구 명의인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을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 검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당사자에게만 검사를 맡겨 두는 것에 대해 감독당국과 은행 모두 미온적인 대처라는 정치권 및 금융권의 비판을 사고 있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이자 MOU를 맺고 감독을 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또한 이번 건의 전말에 대해 전혀 정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보 한 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조사하는데 하루 이상 걸릴 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도 "사실 답은 나와 있는 것 아니냐"며 "다만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