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성장 한계봉착에 감독당국엔 '밉상'
세계 2위의 금융그룹인 HSBC은행이 국내에서만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또 사업을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몇차례 감독당국과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어왔고 최근 HSBC가 전례없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이번엔 감독당국이 아예 쐐기를 박아 버리는 듯한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김대평 부원장은 28일 HSBC가 인수 승인 요청을 하는 경우에 대해 "HSBC라고 해서 예외적일 수 없다"고 말해 외환은행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이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계속해서 HSBC가 공개적으로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공표하고 조건부 계약 가능성 등을 이례적으로 공식화하는 등 여론몰이를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자 이번엔 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못을 박아 버린 셈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3대 외국계은행 가운데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이미 국내 은행을 인수해 내부 사정이야 어찌됐건 어엿한 시중은행이 됐다. HSBC만이 여전히 서울지점에 머물러있다.
그동안 HSBC는 국내은행 물건들이 나올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현지법인 설립, 다이렉트뱅킹 도입 등 국내에서의 사업확장을 위해 여러 방법들을 모색했다. 그러나 다이렉트뱅킹을 겨우 도입한 것 빼고는 어느 하나 쉽사리 이뤄진 것이 없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결국 그동안 한국시장에서의 HSBC 행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98년 제일은행 인수전, 그 이듬해엔 서울은행, 또다시 2005년엔 제일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모두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물거품이 됐다.
특히 서울은행과 지난 2005년 제일은행 인수전은 거의 막판 합의까지 봤다가 가격을 이유로 HSBC가 발을 뺐다.
잇따른 인수전에서 보인 행보는 국내 감독당국의 입장선 '미운털이 박혔다'기 보다는 '밉상'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후 HSBC는 인수합병 전략을 포기하고 자체 성장 전략으로 전환했다.
당시 현지법인 설립 추진과 함께 자체적으로 향후 2~3년 안에 점포망을 100여개로 늘린다는 내부 방침도 세워 강한 자체성장 전략을 펼 계획이었다. 당시 인가받았던 3개 지점을 합치더라도 겨우 11개의 국내 지점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략 역시 감독당국의 벽에 부딪쳐 실현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한미은행을 인수했던 씨티은행 등이 국내에서 갖가지 편법 영업을 해 감독당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는 등 당시 외국계은행은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었다. 감독당국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 HSBC 역시 국내에서의 영업행태에 대해 여러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2006년초 HSBC의 펀드 및 예금 모집인들이 거액의 고객 돈을 유용하는 등으로 크게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외국계은행에 대한 안좋은 인식에, 불법행위 적발, 기존 HSBC에 대한 인식 등이 모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HSBC는 열악한 국내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다이렉트뱅킹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지난번의 모집인 불법행태와 맞물려 감독당국의 내부통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1년여만에 다이렉트뱅킹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였다.
독자성장 전략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들이 HSBC로 하여금 더이상 자체성장이 아닌 M&A 전략으로 선회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를 전례없이 공격적으로 추진하도록 만든 셈이다.
과거 한미은행이나 제일은행을 인수전에서 발을 뺏던 것이 두고두고 '독'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HSBC가 국내에서 보여줬던 행보 등 내외부 요인들이 정작 절실한 외환은행 인수 때엔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금융계 일각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