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앙은행은 그 동안 신용경색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리스크의 새로운 조정으로 고통을 감내하기를 바랬지만, 이제는 역으로 신용시장으로부터 능력을 시험받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의 3개 펀드 환매 중단이나 네덜란드 NIBC은행이 미국 신용시장 투자에 대해 1억 3700만 유로의 손실을 계상했다는 소식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글로벌 파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9일 ECB는 단기 금리가 기준 금리인 4%보다 크게 높은 4.7%까지 치솟자 기준금리에 필요한 만큼 무제한적으로 돈을 푸는 이른바 `미세 조정(fine-tuning)` 시장 개입에 돌입, 은행권에 948억 4100만 유로(1308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
이 같은 긴급 자금공급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테러사태 이후 처음이며, 일단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9일 유럽 머니마켓의 금리는 4.1%까지 안정을 찾았다.
한편 미국 연준은 이날 연방기금금리가 5.375%~5.5%까지 상승해 중앙은행 목표치인 5.25%를 크게 웃돌자 은행권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금리를 하락시키기 위해 240억 달러 상당의 임시준비금을 은행권에 풀었다.
연준은 두 가지 방식을 사용했다. 원래 공개시장 조작용인 14일짜리 RP로 120억 달러를 그리고 나머지는 오버나잇 RP로 120억 달러를 추가 공급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옵션이 동시에 사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전문가들은 RP만기를 커버하기 위한 수준보다 훨씬 큰 오버나잇 자금이 추가된 것은 주목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루 클랜달(Lou Crandall) 라이슨 어소시에이츠(Wrightson Associate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총 투입 유동성이 은행 시스템에서 통상적인 수요에 기초한 자신의 전망치보다 약 150억 달러 더 많은 수준이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필요 이상의 자금이 공급된 것은 유럽은행들이 미국 시장에서도 미리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유럽시장이 닫히면서 상황이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유럽의 문제가 연준에도 영향을 주었지만, 연준의 RP조작으로는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 금리인하 가능성은?
아직은 이들 글로벌 중앙은행이 당장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조짐은 없다. 오히려 이번 주 화요일 호주준비은행(RBA)과 목요일 한국은행(BOK)이 각각 유동성 억제 및 인플레 리스크 차단을 위해 각각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여전히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는 '긴축사이클의 진행형'에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연준과 ECB이 공조 유동성 공급을 보면서 향후 금리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거의 80% 넘게 반영하기도 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모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될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유럽과 영국의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현재 리스크 재평가 흐름이 건전한 일이라는 시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연준 또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긴축 성향을 고수했다.
하지만 사태가 정말 '경색(crunch)', 즉 우량한 신용주체 또한 은행의 대출이 쉽지 않게 되는 순간이 도래한다면 강경한 이들 중앙은행도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연준과 ECB의 공조 유동성 공급은 신용 여건이 현행 정책기조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담은 결과물로 판단된다.
단기 머니마켓의 강한 자금수요에 직면에 어쩔 수 없이 대응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금리 목표를 변경함으로써 신용의 공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이런 대응이 별개의 것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여전히 ECB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같은 전망은 시장과 경제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수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줄리안 캘로우(Julian Callow) 바클레이즈 캐피털 수석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대출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일이며, 이 때문에 ECB의 추가 긴축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ECB가 이미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사태가 좀 더 장기화된다면 9월 금리인상도 의문에 빠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아시아의 경우 수요일 호주준비은행의 금리인상과 한국은행의 목요일 금리인상으로 인해 여전히 인플레 파이팅이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두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은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다는 것이 일차적인 우려요인이었음을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긴축사이클의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는 한참 진행형에 있다며, 이는 지역 경제가 여전히 좋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