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외환시장 참가자 열에 여덟아홉 명은 925~930원 박스권을 점쳤었던 점에서 연중 최저치 하향 돌파는 예상보다 빠르며 다소나마 의외성도 있다.
91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견했던 딜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910원대를 볼 시간은 상당히 걸릴 것이라는 전제가 달렸었다.
그런데 5월 들어 둘째 주가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나절에 5원 이상 급락하며 92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드라마는 별로지만, 굳이 제목을 빌리자면 '거침없이 최저킥'(kick)이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좋지 않았고 눈에 띄는 개입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장이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장이 얇아졌을 때고 하나는 오랫동안 에너지가 축적됐을 때다. 전날의 시장흐름은 아무래도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까워보인다.
우선 거래량이 58억달러 정도로 애매하다. 일중 변동폭 3.40원에 환율이 5.20원 급락한 것치고는 거래량이 적은 편이다. 에너지가 축적됐다면 적어도 80억달러 정도는 터져줘야 한다.
또 하나는 급락장에서 숏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하락은 역외매도가 주도했고, 결제수요가 꽤 많이 나왔음에도 지지 역할에는 실패했다.
결국 일시적 수요공백 상태에서 역외매도가 급변동 장세를 이끌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와 관련, 주말 NDF 종가가 연 저점 아래로 떨어진 것도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이 기사는 8일 오전 8시 3분 유료회원들께 이미 송고된 바 있습니다.)
5월 들어 지난 2일 120엔 위로 다시 반등한 달러/엔 환율은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됐던 지난 주말에도 120엔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NDF 종가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는 것.
이렇게 보면,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 유동성이 적은 NDF 시장에서 일부 투기세력들이 과도하게 아래로 밀었다는 해석에 이른다. 재경부가 주목하고 있는 'NDF 종가가 다음날 현물종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 징후가 농후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 NDF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된통 혼난 당국으로서는 NDF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 표현을 빌리자면 "공부만 할 뿐".
이렇게 보면 전날 당국의 뚜렷한 개입이 없었던 점은 못내 아쉽다.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초강세인 상황에서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이에 일부 세력들이 글로벌 달러 약세에 베팅하니 당국이 개입에 부담을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 온 개입의 두 가지 명분, 즉 환율 급변동 상황이나 투기세력 개입 징후가 전날에는 모두 보였지만 막상 개입다운 개입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실수요로 환율이 떨어지던 지난달 중순에는 930원을 지키려 시장에서 의아해 하는 개입을 단행했었다.
전날 장 종료 후 "당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통 모르겠다"는 딜러들의 푸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NDF 종가를 참고하는 수준이 아닌, 반드시 챙겨야 할 상황이 됐다. 코스피 지수의 동향, 달러/엔 환율의 동향, 외국인들의 순매매 동향 등은 그 다음이다.
NDF 종가가 전날 현물종가보다 더 떨어졌을 경우 920원 테스트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단기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도 고려해야 한다.
전날 개입을 주저한 당국이 오늘도 그대로 두고만 볼 것인지는 다시 각자의 판단 몫일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