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버냉키의 발언은 최근 미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완만한 성장에 그치고 있지만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의향이 없음을, 특히 그가 말하듯 기초 물가압력이 "불편할 정도로 높은(uncomfortably high)"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8일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Joint Economic Committee)에 증인으로 출석, 준비한 증언연설문을 통해 "현재까지 나온 거시지표들은 현행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근원인플레이션의 점진적인 완화를 이끌 것이란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To date, the incoming data have supported the view that the current stance of policy is likely to foster sustainable economic growth and a gradual ebbing of core inflation)"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경제 및 물가전망에 대한 일련의 우려를 제기했다.
먼저 버냉키 의장은 주택경기가 "아직 불확실하며", "당분간" 이 부문이 전체 경제성장률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서브프라임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주택부문에 대한 다소 추가적인 의문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연준은 "이러한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기업 설비투자의 둔화 등 추가적인 역풍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완만한 속도로(at a moderate pace)"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했다.
여기서 그는 기업 설비투자가 최근 약세에도 불구하고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며, "견고한" 소비지출이 경제전반의 확장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영역에서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seems likely to be contained)"고 지적했다.
◆ 버냉키, 3월 성명서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경제에 대한 언급은 지난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성명서의 간략한 문구를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한 것으로, 기조 상의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1일 FOMC는 5.25%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거시지표는 혼조양상을 보였으며 주택부문의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으나, 여전히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완만한 경제 성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성명서는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고조되었다"고 언급해 인플레이션 여건이 다소 악화되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압력은 앞으로는 완만해질 것이란 전망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 성명서는 지난 해 6월 이후 계속 유지해 오던, 비공식적 긴축성향을 나타내는 문구인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가 필요할 수도 있다"란 표현을 수정하여 "향후 정책 조절(future policy adjustment)"이란 표현을 사용해 놀라움을 샀다.
중립적인 정책 조절이란 말은 위 아래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는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으며,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처음에는 이 변화가 금리인하 쪽으로의 선회를 위한 '준비' 정도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성명서가 "일차적인 정책적 우려는 인플레이션"이란 분명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장은 곧바로 금리인하 기대를 거두었다.
이 대목에서 전 연준 출신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의 특정 시점에서의 정책적 결단은 '금리를 올릴 것인가 동결할 것인가' 혹은 '금리를 내릴 것인가 동결할 것인가' 둘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금리를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라는 식의 양쪽을 동시에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충고하고 있다.
◆ 생각보다 긴 정책적 안정 기간 두는 듯
따라서 연준의 성명서 변화는 긴축성향을 변화한 것이라거나 혹은 금리인하로의 선회를 준비하는 것 보다는 정책적인 중립상태를 오랜 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의 이날 연설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명서를 따라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다소 고조된 양상"이라고 말하면서, 또한 "상당한 시간을 걸쳐 점진적으로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리스크는 "업사이드에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 주초부터 수요일까지 사흘째 중국 대학을 돌면서 강연하고 있는 마이클 모스코우(Michael Moskow)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나 체코 프라하의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한 샌드라 피아낼토(Sandra Pianalto)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일차적인 정책적 우려대상은 "인플레이션 업사이드 리스크"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강해졌을 뿐 아니라 물가연동국채시장에서 파악된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또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버냉키 의장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비록 생산성 향상률이 둔화되기는 했어도 그 추세는 "일반적으로 볼 때 우호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거시지표가 경기둔화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해외경제가 계속 "활발하게"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세계경제가 독감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걸린 감기에 세계경제의 강건함이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