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지명자 2인의 청문회가 소리 소문없이 진행 중이다.버낸키 신임 연준 의장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마련되고 있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들 지명자들이 제출한 소견이 큰 비중있게 다가 올리는 없다.그러나 이들 이사들이 앞으로 버낸키를 보좌할 주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개별 지명자들의 주요 정책 소견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이번 청문회는 이들 지명자가 물가안정 목표제 도입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개방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난 1월 27일 지명된 올해 35세의 와시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인수합병 그룹 이사 출신이며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며, 크로츠너는 43세로 시카고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로 2001년부터 2003년 사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직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무역관련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연준이사 지명자들, 명시적 목표제에 조건부 지지 표명... 활발한 논의 촉발할 듯일단 연준이사 지명자들은 모두 "물가안정 목표제"에 대해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힘으로써 버낸키 의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시카코대 경제학교수인 랠달 크로츠너(Randall S. Kroszner) 지명자는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및 결정과정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일종의 목표수준을 설정하는 것은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한 가지 가능한 방편"으로 본다고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발언했다.백악관 경제자문역이자 모건스탠리 출신 케빈 와시(Kevin M. Warsh)는 "시장은 목표제를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제거로 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앞으로 계속해서 혜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와시는 "이제 논의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며 연준이 투명성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에서 물가안정 목표제의 도입이 "다음 번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수치상의 목표치 혹은 레인지든지 중앙은행의 정책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 같은 연준이사 지명자들의 상원 청문회에서의 발언은 보이지 않게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의 개방이라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버낸키 신임연준 의장이 오랫동안 명시적 물가안정 목표제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지만, 청문회 당시 그는 이 같은 정책 운용방식을 19인의 FOMC 멤버들 전체의 컨센서스를 통해서만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인의 멤버들 중에서 12명이 투표권을 가지며, 그 중 5명의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하면 버낸키 의장을 포함한 7인의 연준이사들이 남는다. 현재 FOMC 멤버들 사이에는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고 있고,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이번에 새롭게 영입되는 이사들은 이 목표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지만, 그래도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이들을 신봉자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버낸키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이번 상원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 누구도 반대표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지명자들의 인준은 큰 무리없이 속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3월28일 FOMC 이전까지는 인준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한 상원 은행위원회 대변인은 밝혔다.◆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란 본연의 임무 성실수행 약속지명자들은 우선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란 연준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임을 약속했다.이날 크로츠너는 준비한 증언문을 통해 "장기적인 물가안정이 최대고용 및 전반적인 경제안정을 획득하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말했다.한편 와시 지명자는 "지난 세대에 걸쳐 연준은 물가안정을 달성하고 장기 인플레 기대수준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만한 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참고로 스탠포드대학 및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케빈 와시 지명자는 이번에 상원의 인준을 획득할 경우 연준 사상 최연소 이사가 된다. 부인은 에스티 로더 화장품(Estee Lauder Cos) 회사 창업자의 손녀인 제인 로더(Jane Lauder). 백악관에서 와시는 국내 금융을 주로 다루었으며, 특히 금융시장의 동향을 대통령에게 해석하고 모니터링해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전문가들은 와시가 금융시장에 대한 살아있는 현장 경험을 연준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한편 크로츠너는 브라운대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제자문위원회 재직 당시 행정부의 기업지배 관련 스캔들 및 은행 및 금융규제 관련 대응 임무를 맡았다. 또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ADB) 및 연준(Federal Reserve)의 컨설턴트 역할을 맡아오기도 했다.물론 그 역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연준의 성문법이 강제하는 통화정책 운용 목표(물가안정과 최대고용 달성)에 오로지 전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다만 와시는 중앙은행이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에 반드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must remain attuned, however, to the possibility of unexpected shocks)"는 점 또한 강조했다.이날 크로츠너는 만약 자신이 인준된다면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화를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등 자산시장에 대한 대응은 신중해야"이날 리처드 셀비(Richard Shelby) 위원장은 지명자들에게 최근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호황인 주택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우회적인 질문을 던졌다.크로츠너 지명자는 이에 대해 "자산시장에 대한 예언(second-guess)은 [연준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중앙은행은 주택시장과 같은 자산시장에 대해 반드시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이 시장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데 있어 "신중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와시 지명자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해 주택시장이 소비지출 증가세에 기여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저금리와 낮은 인플레 수준을 감안할 때 최근 수년간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그는 중앙은행이 주택담보 2차대출(가계대출)과 같은 요인들에 대해 반드시 유념해야 하며 주택부문의 변화에 따라 소비지출 전망에 잠재적인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완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한편 이날 폴 사베인스(Paul Sarbanes) 민주당 위원은 사상 최대규모로 증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이에 대해 크로츠너 지명자는 무역적자 증가 속도가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해외경제의 성장세를 부양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사베인스 위원은 와시 지명자에게는 연준의 임무에 대해 질문했고, 대답은 역시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기본 내용이 제출됐다. 와시는 여기서 최근 나온 4/4분기 성장률 약세 결과에 대해 폄하하면서 이것이 통계처리 상의 "소음(noise)"에 의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사진
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