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방세계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중국이 위앤화 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듯 하지만, 과연 이런 요구를 따를 경우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듯 하다.
그 동안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공급으로 세계경제가 물가상승 없는 경기확장세를 장기간 이어올 수 있었지만, 위앤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경우 이런 효과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英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지(Economist)는 지난 21일자 기사를 통해 폴슨 재무장관이 "세계경제 내에 미국과 중국의 운명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 "과연 당신들은 위앤화 절상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발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 주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달러/위앤 환율은 나흘째 환율제도 개혁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며 7.91달러 대로 하락했다.
폴슨은 미국과 중국의 운명공동체 발언으로 미국 내 보호주의 세력들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중국에게는 좀 더 시장을 개방하고 환율변동성을 확대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외환딜러들은 폴슨장관이 상원의원들의 보복관세 입법안 투표강행 의지를 전하면서 중국의 절상용인 의지를 확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딜러들은 지금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과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 하다.
그러나 저우 샤오촨 런민은행(PBoC)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화폐 및 금융위원회에서 "기금은 회원국들이 각자 자신들 스스로 환율제도를 결정할 자율적인 권한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외부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태도를 밝혔다.
실제로 이 같은 태도를 어느 정도 수용한 듯 폴슨 재무장관은 우 위 중국 부총리와의 면담 이후 중국과의 연례 경제회담을 신설했다고 밝혔을 뿐, 위앤화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여기서 일부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중국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많이 위앤화의 추가절상을 용인하다고 해도 이를 마치 '만병통치약' 쯤 되는 양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위앤화 절상이 만병통치약? 부작용 심각할 수 있어
일례로 타일러 코웬(Tylor Cowen)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교수는 중국이 최종재를 생산하기 위해 대단히 많은 부품들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위앤화 강세는 이들 부품가격을 떨어뜨려 수출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위앤화 저평가를 통해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며, 또한 중국이 미국 경상수지적자를 보전해주는 국가들 중 하나이기는 해도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런 점에서 유일한 국가는 아니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무엇보다 미국이 빌린 돈으로 흥청망청 수입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나아가 다른 나라들이 원하는 제품을 경쟁력있게 만들지 못한다면 적자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도 없을 것이며, 중국도 대강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이들은 지적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위앤화가 절상될 경우 단순히 저렴한 전자제품이 줄어든다는 것 외에도 서구경제에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그 동안 중국의 저렴한 수입품은 다수 경제의 물가압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경기과열이나 물가를 염려하지 않은 채 낮은 금리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례로 머빈 킹(Mervyn King) 영란은행(BOE) 총재는 위앤화가 본격적으로 절상될 경우 세계 중앙은행들이 더 높은 물가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국제유가를 통해 물가가 우려되는 수준까지 상승한 마당에 폴슨 재무장관이 무턱대고 위앤화 강세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세계의 제조업기지가 되는 과정에서 다수 초국적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정확한 통계를 확인하기 힘들지만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상당한 부분이 미국 초국적기업들의 역수출에 기인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수출경쟁력 약화는 바로 이들 초국적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미국 보호주의자들이나 경상수지적자 위기론을 제출하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과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 위험한 수위에 있는 것도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