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학 비정년트랙 교원 차별이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 비정년트랙은 법적 근거 없이 저임금·불안을 강요했다.
- 통합 교원체계와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대학 교단 위에서 수행되는 노동의 본질은 동일하다. 전임교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문의 영역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대학의 행정업무를 함께 분담한다.
하지만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교원의 신분은 철저히 둘로 쪼개진다. 65세 정년이 보장되고 호봉에 따른 처우를 받는 '정년트랙'과,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비정년트랙'이 그것이다. 동일한 학위 자격을 갖추고 동일한 노동을 수행함에도 불합리한 신분제적 차별을 강요받는 이 구조는, 오늘날 한국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아프고 공공연한 부조리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는 2000년대 초반 대학들이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당시 신설된 이 제도는 어느덧 대학 사회 전반에 고착되어 교원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신분 자체가 현행 법령상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 제14조는 전임교원을 교수·부교수·조교수로만 구분할 뿐, 정년·비정년트랙이라는 차별적 직렬 구분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교원확보율이라는 정부 평가 지표는 채우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편의주의적 목적으로 학칙과 임용 규정을 임의로 개정해 비정년트랙을 양산해 왔다. 이로 인해 대학 내 고용 구조는 극도로 기형화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 및 교육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요 사립대학 중 절반 이상(107개교 중 55개교)에서 비정년트랙 교원의 비율이 25%를 넘어섰다. 지방이나 중소 규모 대학으로 갈수록 이 비율은 더욱 치솟아, 전체 전임교원의 절반 이상을 비정년트랙으로 채운 대학들도 적지 않다. 법적 근거도 없는 변칙적 제도가 이제는 대학의 허리를 지탱하는 주류 채용 방식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수치로 나타나는 처우 차별은 더욱 참담하다. 전국 사립대 비정년트랙 교원의 연평균 임금은 약 4,300만 원 수준으로, 정년트랙 교원 평균 임금과 비교해 연간 5000만~6000만 원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심한 곳은 정년트랙 대비 임금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거나, 정년트랙보다 수배 많은 학생을 담당하면서도 임금은 절반 이하에 머무르는 심각한 착취 구조가 목격된다. 더욱이 연구비 지원, 승진 기회, 학과 운영 및 행정 의결권 등 학내 기본권에서도 철저히 배제된다. 이는 헌법 제11조가 명시한 평등권,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 원칙, 그리고 노동시장의 대원칙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공공연하게 위반하고 있다.
비정년트랙 제도의 폐지는 단지 대학 교원 처우를 개선하는 이기적인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지식 생산의 현장에 미치는 폐해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첫째, 고등교육과 학문 생태계의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
교육과 연구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비로소 결실을 본다. 매년 재계약 여부에 목을 매야 하고, 과도한 강의 책임 시간과 열악한 임금에 시달리는 교원에게 지속 가능한 교육 혁신이나 깊이 있는 연구를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용 불안에 내몰린 연구자들의 피로는 그대로 강의실로 전달되고, 그 피해는 결국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배움을 찾아온 청년 학생들에게 귀결된다.
둘째, 학문의 자유와 비판적 지성의 위축이다.
대학은 사회의 불의와 오류를 지적하고 장기적인 기초학문의 토대를 마련하는 지성의 보루여야 한다. 그러나 재계약 평가권을 가진 대학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비정년트랙 구조 안에서 소신 있는 비판이나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는 설 자리를 잃는다. 당장 눈앞의 재계약 지표를 채우기 위한 단기성 성과 내기 연구만 양산되는 폐단이 일상화되었다.
셋째, 사회적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양극화를 고착한다.
우리 사회의 가치와 공정의 기준을 선도해야 할 대학이 스스로 '신분 차별적' 노동 구조를 안착시켰다는 사실은 매우 뼈아프다.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년과 비정년이라는 이분법적 계급을 만드는 대학의 모습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양극화와 차별 구조를 정당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신분 기표로 작용하는 비정년트랙 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고, 모든 교원이 공정한 기준 아래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통합 교원 체계로의 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대학 개별의 자율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교원 처우의 평등성을 확보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대학의 참된 경쟁력은 교원을 단기 소모품으로 취급하여 얻는 비용 절감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든 학문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 가치를 존중하고, 안정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투자의 자세야말로 한국 고등교육이 살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무너진 대학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을 다지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