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윤상진 씨 등 회복자 4명이 20일 마약 중독과 단약 고통을 털어놨다.
- 지인 권유와 우연한 접촉으로 중독에 빠졌고 삶과 가족이 무너졌다.
- 텔레그램 등으로 1시간 안에 구해져 치료·관리 한계도 드러났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스마트폰 켜면 1시간 내 '좌표 배달'
전 재산 탕진·신체 손상 등 참혹한 대가
온라인 공간을 통한 불법 마약 거래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매체에 친숙한 청소년들마저 마약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뉴스핌은 마약이라는 '늪'에 쉽게 빠지게 되는 배경과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를 마약 중독에서 회복중인 단약자들을 통해 들어본다. 또한 마약중독 이후 치료 현황과 함께 재활 치료, 중장기 관리에서의 한계점 등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나병주 기자 = "아직도 종종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몸이 저려 와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붙잡고 그냥 울어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회복협회에서 만난 윤상진 씨(42·남)는 7개월째 마약을 끊기 위해 이어지는 단약(斷藥)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를 포함해 이곳에 모인 회복자 4명은 모두 같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우연한 접촉은 이들을 약에 취한 일상으로 내몰았고 건강과 인간관계도 무너졌다.

◆ 일상에 스며든 마약의 '늪'
10여년간 국내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정인철 씨(45·남)의 삶은 2021년 한순간에 추락했다. 유흥업소에서 지인의 권유로 손을 댄 필로폰이 남부럽지 않던 그의 일상을 갉아먹었다. '정상적인 사람들과 같은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던 정씨는 마약에 빠져들며 회사 생활이 무너졌고 결국 정리해고를 당했다. 정씨는 "회사를 나오게 된 이후부터는 흔히 얘기하는 '생활뽕(매일 투약)'을 하며 주구장창 약만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올해 4월부터 단약을 시작했다.
1년 6개월째 단약을 유지 중인 윤세희 씨(34·여)는 미용을 위해 찾은 피부과에서 수면 마취용으로 맞은 프로포폴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앓고 있던 불면증까지 겹치면서 병원을 찾는 횟수는 점차 늘어났고 이내 중독으로 빠졌다. 윤세희 씨는 "한 달에 한 번 맞던 게 두 번, 세 번이 되더니 6개월이 지날 때부터는 매일 맞게 됐다"며 "마약이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었고 4년 정도 프로포폴에 빠져 살았다"고 고백했다.
단약 5개월 차에 접어든 이보라 씨(42·여)에게 마약은 여행 중 우연히 찾아왔다. 현지 클럽에서 일행이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을 보고 무심코 따라 피운 것이 시작이었다. 귀국 후 한동안 약을 잊고 살았지만 지인의 은밀한 제안이 이씨를 다시 무너뜨렸다. 이씨는 "6년 전 지인이 엑스터시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그때 다시 손을 대면서 결국 늪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출소 후 7개월째 단약 중인 윤상진 씨에게 마약은 피할 수 없는 '환경' 그 자체였다. 과거 유흥가 밀집 지역에서 자란 그는 "동네 양옆이 다 집창촌이었는데 그때부터 동네 누나들의 약 심부름을 하며 자연스럽게 마약에 노출됐다"고 회상했다. 친삼촌마저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던 탓에 마약은 늘 그의 곁에 있었다. 윤상진 씨는 "약을 하기 위해 직접 팔기도 했다"며 "한평생 마약을 쥐고 살았기 때문에 맨정신으로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고 기구한 과거를 털어놨다.

◆ 1시간이면 구하는 마약…통제할 수 없는 '중독 생활'
단 한 번의 호기심은 곧 통제할 수 없는 중독 생활로 이어졌다. 특히 스마트폰만 켜면 언제 어디서든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이들을 부추겼다.
처음에 지인들에게 마약을 받던 이씨는 이들이 모두 교도소에 가자 직접 구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주로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찾았는데 구매부터 수령까지 모든 과정이 빠르면 1시간 안에도 끝났다"며 "내가 원하는 장소를 말하면 빠른 시간 내에 마약이 준비되곤 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마약을 구매해야 했지만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쉽게 구할 수 있었다"며 "구매뿐만 아니라 투약 방식, 경찰에게 안 걸리는 방법까지 알려줬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쉽게 구한 약이 휩쓸고 간 자리는 참혹했다. 특히 이씨는 약에 취해 소중한 가족의 마지막 순간조차 지키지 못했다. 이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가지 못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근처에서 약에 취해 있었다"며 뼈저리게 후회했다.
투약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선택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였는데 당시 약에 취해 있던 상태라 병원을 가면 들킬까 봐 두려워 그냥 집으로 갔다"며 "그때 치료를 늦게 받아 지금 양쪽 무릎 인대가 다 망가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투약으로 두상이 함몰되는 신체 변형과 공황장애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윤세희 씨 역시 "오랜 투약으로 뇌가 많이 망가져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대가 무엇을 물어봤는지,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윤세희 씨는 인터뷰 내내 기자의 질문을 따로 적어 두고 되뇌며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정씨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 그간 모아둔 약 2억원의 자산을 모두 탕진했다. 정씨는 "약 기운이 떨어지면 온통 약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돈을 어디서든 끌어모아 약을 사야 한다는 생각에 손발이 덜덜 떨렸다"고 회상했다.
lahbj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