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브릿지바이오가 9일 ATTR-CM 치료제 경쟁사 와이누아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급등하며 시총을 22억달러 키웠다.
- ATTR-CM 시장에서 와이누아 탈락으로 아트루비와 화이자·앨나일램 등 기존 승인 치료제들의 경쟁 우위와 가격 협상력이 강화됐다.
- 2024년 FDA 승인받은 아트루비는 미국 진단 환자 급증에 힘입어 매출이 급성장 중이며, 향후 신장 기능 데이터 공개로 추가 가치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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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제약·바이오 투자에서 경쟁사의 임상 실패는 때로 해당 기업의 긍정적 데이터만큼이나 강력한 주가 동력이 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브릿지바이오 파머(종목코드; BBIO)에 바로 그런 날이 찾아왔다.

아스트라제네카(AZN)와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S)가 공동 개발한 '와이누아(Wainua, 성분명 엡론테르센)'가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9일 장중 93.42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전일 대비 15.12% 오른 90.1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 증가분만 약 22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주가 움직임은 단순한 반사 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ATTR-CM 시장 전반의 경쟁 구도를 재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미 시판 중인 ATTR-CM 치료제 '아트루비(Attruby)'를 보유하고 있으며, 와이누아가 노리던 시장이 바로 아트루비의 영역이었다. 경쟁자 한 명이 쓰러지는 순간, 남은 선수의 몸값은 뛰는 법이다.
◆ 와이누아의 실패, 무엇이 문제였나
ATTR-CM은 트랜스티레틴(TTR) 단백질이 심장에 축적되어 혈액 펌프 기능을 점차 저하시키는 진행성 심장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50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미국 내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41.1명(2022년 기준)에 달해 같은 TTR 계열의 다발신경병증(15.1명)보다 훨씬 높다.
와이누아는 'CARDIO-TTRansform'이라는 임상 3상 시험에서 ATTR-CM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검증받고 있었다. 20개국 130개 연구 기관에서 1,432명의 환자를 모집해 진행한 대규모 시험이었다. 설계 방식은 현행 표준 치료(안정화 요법 포함)에 와이누아를 추가 투여했을 때 위약 대비 심혈관 사망률 및 반복적 심혈관 사건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전체 환자군에서 1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고, 특히 임상 시작 시점에 안정화 치료를 이미 받고 있던 환자 하위군에서는 치료 효과가 사실상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와이누아의 전반적인 내약성은 양호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임상 실패의 충격을 완화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과를 "예상 밖의 충격"으로 규정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환자 수를 당초 700명에서 1,400명으로 두 배 늘렸음에도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이번 차질로 애널리스트들이 최대 20억 달러의 최고 매출을 기대했던 이 신약의 상업적 전망이 크게 흐려졌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일부 하위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타격을 최소화하려 했다. 기존 안정화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하위군에서는 주요 심장 이상 반응 및 사망률에서 상대적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씨티 리서치의 그레이엄 패리 애널리스트는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ALNY)의 경쟁 약물 '암부트라(Amvuttra)'가 이미 시판 중인 상황에서 이번 실패는 ATTR-CM 적응증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고 지적했다.
◆ 시장이 패자와 승자를 갈랐다
임상 실패 발표 당일 아이오니스 주가는 64.27달러로 23.90% 하락 마감했다. 이는 2016년 3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이다. 아스트라제네카도 178.49달러로 5.70% 하락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ATTR-CM 승인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들은 일제히 올랐다. 브릿지바이오 외에도 앨나일램 파마슈티컬스 주가가 장중 한때 380달러까지 17.47% 급등했다. 다만 앨나일램은 이후 반전해 3.31% 하락한 312.79달러로 마감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앨나일램 목표주가를 420달러에서 468달러로 올리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아이오니스의 이번 임상 실패가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TTR 침묵 치료제 계열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이자(PFE)는 ATTR-CM 시장에서 기존 강자인 빈다켈(Vyndaqel) 계열을 판매하고 있어 이번 경쟁 구도 변화의 수혜권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월가는 브릿지바이오에 특히 주목했다. 9일 급등에도 불구하고 주요 투자은행 23곳 중 22곳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추가 상승 여력은 14.52%(목표주가 평균 103.26달러)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아이오니스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은 이번 실패를 "큰 충격"으로 규정하면서도 아이오니스에 대한 '매수' 의견은 유지했고, 목표 주가를 111달러에서 90달러로 낮췄다.
레이먼드 제임스도 아이오니스 목표 주가를 104달러에서 87달러로 내리며 ATTR-CM 적응증을 모델에서 제외했지만, 아이오니스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TD 코웬과 제프리스는 이번 실패가 약물 자체보다 병용 요법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매수' 의견을 고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제프리스는 "과잉 반응으로 보인다"며 주가 하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임상 실패가 5년 주당순이익 복합 연간 성장률(CAGR)에 미치는 영향은 0.30%포인트에 불과하며, 2030년 매출 800억 달러 달성 경로에도 영향이 없다는 판단이다.
◆ 브릿지바이오 아트루비의 경쟁 우위
브릿지바이오에 이번 임상 실패가 특히 호재로 작용한 이유는 경쟁 관계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의 아트루비는 TTR 단백질 자체를 안정화시키는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다. 반면 와이누아는 TTR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안정화 치료에 '추가'하는 병용 요법 형태로 시험됐다. 즉 와이누아의 성공 전제 중 하나가 안정화제 기반 치료 환경이었다는 뜻이다.

안정화제 계열의 대표 약물이 아트루비다. 와이누아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아트루비를 잠식하기보다 오히려 병용하는 그림이 그려졌을 수 있지만, 임상이 실패하면서 그 시나리오 자체가 사라졌다. 직접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던 위협이 제거된 셈이다.
아트루비는 2024년 11월 ATTR-CM 성인 환자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출시 첫 완전한 한 해인 2025년 미국 내 순 제품 매출은 3억 6,24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26년 1분기에만 약 1억 8,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7억 달러를 넘는 궤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같은 분기 전체 매출은 1억 9,450만 달러로 월가 컨센서스 추정치 1억 7,980만 달러를 상회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ATTR-CM 진단율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미국 내 ATTR-CM 진단 환자 수는 2019년 5,000명 미만에서 2025년 5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인식 개선과 심장 MRI, 골신티그래피 등 비침습적 진단 도구의 보급이 맞물린 결과다. 이는 아트루비가 단순히 기존 환자 파이를 나누는 게임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확장되는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브릿지바이오는 신장 기능 데이터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아코라미디스(acoramidis, 아트루비의 성분명) 관련 연구에서 ATTR-CM 환자의 신장 기능 데이터가 추가로 공개될 경우,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 혹은 임상적 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