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10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해외 법제 검토와 모니터링을 시작해 피해자 권리구제 강화를 예고했다.
- 법조계는 손해배상뿐 아니라 차별 시정 명령, 사회 전반의 차별 불용 기준 제시 등 상징성과 실효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다만 차별 범위·입증책임·구제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해 과잉 규제를 막고 실질적 권리구제 수단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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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용인 안 된다" 사회적 기준 제시·제도 빈틈 보완
입증책임·구제절차 정교한 제도 설계 관건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정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해외 법제 검토와 입법 동향 모니터링에 착수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법 제정 시 차별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처벌 강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차별을 용인하지 않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는 평가다.
다만 과잉 규제 논란을 줄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차별의 범위와 입증책임, 권리구제 절차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성패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손해배상 넘어 차별 시정까지"…권리구제 실효성 강화
1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피해자 권리 구제의 실효성 강화다. 현재는 차별 구제 제도가 여러 개별 법률에 흩어져 있지만 기본법이 마련되면 보다 일관된 기준 아래 권리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별 차별 금지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성별과 장애, 나이, 종교, 출신 국가,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차별 사유를 하나의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출범 1년을 맞아 발간한 국정성과집 '국민이 만든 대전환의 길'에서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모두의 존엄과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 선진국'을 제시하고, 평등법(차별 금지법) 국회 입법 발의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해외 차별금지법 운영 사례 및 영향 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현행 제도가 피해자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짚었다.
박 대표는 "지금은 인권위원회 진정이나 민사 소송이 최선인데, 인권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고 민사 소송은 비용과 입증 부담이 커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시)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법원이 부당 해고에 대해 복직을 명령하거나 차별적인 내부 규정을 고치도록 명령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이 같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민사소송 중심의 권리구제 절차와 인권위의 소송지원 제도를 담고 있으며, 단순 손해배상을 넘어 차별 행위 자체를 바로잡는 적극적 구제수단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는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차별금지 원칙이 규정돼 있을 뿐,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상 기준은 충분하지 않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법원이 법률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차별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국가가 차별 금지한다" 상징적 신호…기존 제도 빈틈 메운다
전문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가 처벌 강화보다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고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그동안 국가가 혐오와 차별 문제에 방관해 왔다는 신호를 준 측면이 있다"며 "포괄적 차별 금지법은 우리 공동체가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 제정만으로 사회가 단기간에 급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인권위법이 제한적으로나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학교, 기업, 지자체의 차별 예방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홍 교수는 "상위법 근거가 부족해 현장에서 조례나 내부 규정을 만들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포괄적 차별 금지법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든든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실효성 높이려면 정교한 설계 필요"…입증 책임 배분이 관건
법조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차별의 범위와 입증책임, 권리구제 절차 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기존 법률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입증책임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상대방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홍 교수는 "입증책임 전환 등이 피해자 권리구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아무것도 입증하지 않아도 가해자가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별 사실은 피해자가 제시하고 정당한 사유는 상대방이 입증하는 등 입증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처벌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도 설계에 따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봤다. 최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상습성이나 악의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처벌이 가능한 만큼 일회성 발언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처벌 자체보다 차별을 어떻게 시정하고 피해를 회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과잉 규제나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별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차별의 범위와 입증책임, 국가의 지원 방식, 법원의 구제수단 등을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