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SK하이닉스가 24일 비수도권 반도체 투자를 검토했다.
- HBM 수요 급증으로 전공정·패키징·AI센터 확대가 거론됐다.
- 광주·전남과 충청이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재원 부담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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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정·후공정·AI 데이터센터 결합 땐 투자 규모 수백조 전망
전력·용수·재생에너지 확보 과제에 수도권 밖으로 눈 돌려
광주 AI 집적단지·충청 반도체 벨트 연계한 메가 클러스터 구상
이재명 정부 균형발전 전략 맞물려 비수도권 투자 논의 급물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권을 넘어 호남·충청으로 생산기지 확대에 나선다.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평택·용인 중심 생산체계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공정과 후공정, AI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 방안이 검토되면서 투자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기업의 성장 전략이 맞물리며 반도체 산업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후공정 넘어 전공정까지…삼성·SK, 수백조 투자 관측
24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열리는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회의를 계기로 비수도권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과 충청권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앞두고 정부와 기업 간 조율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AI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및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연쇄 회동이 이달 말 발표될 비수도권 투자 계획의 윤곽을 다듬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전력과 용수, 협력업체 집적도 등을 고려할 때 신규 투자가 첨단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전공정 시설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전공정 팹과 후공정 시설, AI 데이터센터 등이 함께 구축될 경우 전체 투자 규모가 수백조 원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수요 폭증…새 공장 필요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반도체 거점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 시대 급증하는 HBM 수요 때문이다. 지금까지 메모리 산업에서는 웨이퍼 생산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했다면, AI 시대에는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HBM은 단순히 메모리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러 개의 HBM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하고 발열과 전력 효율을 최적화하는 패키징 기술이 성능을 좌우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량 확대와 함께 패키징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E 양산 준비와 함께 미국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만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건설 등에 40조~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 AI 공급망 투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천안 사업장을 찾아 HBM 생산 현황을 직접 점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 확대와 첨단 패키징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추가 생산 거점 확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 구상이 구체화될 경우, 수도권 클러스터의 완성 주기에 맞춰 실제 가동이나 완공 시점은 이르면 2034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SK하이닉스는 3호기를 당초 2044년 완공 계획에서 2034년으로 당겼는데, 제가 보기엔 더 당겨야 한다"며 "이미 예고한 것의 적어도 10년은 당겨야 하고, 삼성도 12년은 당겨야 한다. 2044년이나 2048년까지 예고된 수도권 클러스터를 2033년, 2035년까지 다 당겨서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어 "수도권 제약 조건 때문에 더 이상 땅이 없다면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용인 클러스터를 다 짓고 나서 시작하면 늦는다. 시작은 최소 7~8년 먼저 해야 되는데 용인을 다 짓고 시작하라는 것은 산업 특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력·용수 한계…비수도권으로 눈 돌린다
수도권 중심 생산체계 한계도 새로운 투자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업단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공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업계에서는 평택과 용인 등 수도권 반도체 벨트가 장기적으로 전력망과 용수 공급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보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사들도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늘어날수록 전력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반도체 특별법을 통해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인프라 구축 지원, 세제 혜택 등이 논의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기업의 성장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시대 추가 생산능력이 필요하고,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지방 투자가 향후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기업들의 정책적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광주, AI 집적단지 기반 반도체 거점 부상
광주·전남이 투자 후보지로 부상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AI 산업 육성 정책과 지역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에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AI 집적단지가 조성돼 있다. 광주시는 이를 기반으로 AI 기업과 연구기관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왔으며 최근에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광주시는 북구 일원의 첨단3지구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첨단3지구에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AI 집적단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인접해 있다. 광주시는 이 일대를 중심으로 첨단패키징 실증센터와 반도체 공동연구소, 차세대 반도체 공정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GIST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공정, 패키징까지 이어지는 전문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도 총력전…반도체 유치 기대감 고조
지역 정치권도 반도체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광주·전남 투자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는 "기대를 넘어설 규모의 투자 계획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달 안에 좋은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여건도 비교적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전남은 국내 최대 수준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광주·전남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 논리·재원 부담은 과제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경제성보다 정치 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 사업인 만큼 입지 선정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와 전력·용수·인력 수급 등 경제적 타당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반도체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일수록 장비와 협력업체 집적도가 중요해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와의 연계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재원 조달 문제도 변수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투자안이 전공정 팹과 첨단 패키징 시설, AI 데이터센터를 모두 포함할 경우 투자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수도권과 해외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HBM 패키징 공장 등에 40조~5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단, 미국 테일러 공장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정치적 논리만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입지 선정은 결국 전력·용수·인력·수익성 등 사업성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정 팹과 첨단 패키징, AI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하면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만큼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인프라와 세제 지원에 나설지, 기업들이 이를 감당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