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호모 사피엔스는 강한 종이 아니었다. 네안데르탈인보다 근력이 약했고, 맹수보다 느렸으며, 혹독한 빙하기 앞에서는 그저 작고 연약한 영장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그 이유를 '친화력'에서 찾는다.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 종들을 제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더 강해서가 아니라, 더 잘 연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의 감정을 읽고, 협력하고, 낯선 이와도 신뢰를 쌓는 능력이 최후의 무기가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감튀모임'이 유행한다. 감자튀김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모임이다. 거창한 목적도 없고, 화려한 술자리도 아니다. 그냥 같이 앉아서, 감자튀김 한 봉지를 놓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한다.
비슷한 결의 트렌드가 또 있다. '어드민나이트(Admin Night)'다. 한자리에 모여 밀린 이메일을 쓰고, 공과금을 내고, 병원 예약을 잡는다. 각자 노트북을 들고 와서 조용히 할 일을 처리하는. 함께 있지만 각자 일한다. 파티도 아니고, 회의도 아니다.
심리학에는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타인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높아지고, 미루기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원래는 ADHD 치료 맥락에서 논의되던 개념이지만, 지금은 더 넓은 의미로 쓰인다. 혼자서는 못 하겠는 일들이, 누군가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된다. 옆 사람이 뭘 하는지 몰라도, 그냥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힘이 된다.
감튀모임도, 어드민나이트도 같은 원리다. 함께 있되 각자의 것을 한다. 연대하되 부담스럽지 않다. 모르는 사람들과.
기성세대 연결은 흔히 '함께 무언가를 즐기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밥을 먹는 것이다. 끈끈함을 중요시했다. 코로나 시기를 겪은 MZ 세대의 연결은 조금 다르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지만, 20~30대 청년들의 관계망을 조용히 끊어냈다. 일터와 사랑, 우정은 '화면 속'으로 밀려났고,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섬에 고립됐다. 이제 이를 겪은 젊은 층은 '함께 존재하는 것'이면 된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눈을 마주치고 짧게 웃고 얘기 나누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법을 고안해낸 셈이다.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고, 각자의 공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있는 법을 찾은 것이다. 인터넷과 동영상 세대의 한계에 다다른 젊은층이 실제 마주 앉아 인간과 인간으로 연결된다. 또 각자 할 일이 끝나면 쿨하게 헤어진다.
호모 사피엔스가 수만 년 전 불 주변에 둘러앉아 불을 쬐던 것처럼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인류는 그래왔다. 혼자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