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등 항공업계, 중동 지역 영공 봉쇄에 부담 커져...1일에만 350여편 취소
러시아산 원유 수입 재개 검토 중이지만 美 관세 재부과 가능성 배제 못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중동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인도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협정 타결을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고 중동산 수입을 늘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인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2일 CNBC에 따르면, 전체 원유 수요의 85%, 일평균 약 420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 기업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판카지 스리바스타바 수석 바장은 "단 몇 달러의 가격 상승만으로도 인도 에너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가 상승은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루피에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 또한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아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0.2~0.3%포인트의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특히 인도가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GDP의 1.2%)가 0.5%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 인더스인드 은행의 가우라브 카푸르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약 10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 확대되고, 인도 루피에 약세 얍력을 가하면서 연료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의 판로가 차단되자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에 구입했고, 전체 수입량의 약 35%를 러시아산이 차지하게 됐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압박하며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감소했다.
국제 해운 분석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1월 첫 3주 동안 일평균 약 110만 배럴(bpd)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전후의 200만 배럴 이상에서 12월 121만 배럴에 이어 추가 감소한 것이자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요를 중동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노무라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인도 원유 수입량의 약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1월 기준 인도 원유 수입량의 약 55%(일평균 약 274만 배럴)가 중동산이었다.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다.
로이터는 "중동 분쟁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비축량이 부족한 인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 모두 원유 수입량의 약 절반을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6개월치 원유를 비축하고 있는 반면 인도의 비축량은 정부 발표 기준 74일 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정유업계 소식통은 현재 인도의 비축량이 20~25일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동 위기 고조에 인도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는 "중동 지역 위기 고조로 영공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대규모 결항과 우회 운항이 발생했다"며 중동 현지 항공사를 제외하면 인도 항공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항공 당국에 따르면, 인도 항공사들은 지난 1일 하루에만 350편 이상의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인도 항공사들은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단기 분쟁 이후 파키스탄 영공을 이용하지 못하고 이란 상공을 우회해 왔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중동 전역을 피해야 함에 따라 비행 시간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인도 항공사들은 중동 노선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중동은 유럽·북미로 향하는 환승 중심지이자 인도 교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도 저가 항공사 중 하나인 스파이스젯의 경우 3월 국제선 일정 전체가 중동 노선에 노출돼 있고,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와 인디고 노선의 각각 60%, 41%도 중동 관련 노선이다.
마틴 컨설팅의 항공 전문가 마크 D. 마틴은 "인도를 오가는 인도 및 국제 항공사의 주간 손실액은 극히 보수적으로 잡아도 87억 5000만 루피(약 1400억 원)에 달한다"며 "항공편 운항 상황이 최소한 일주일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르무즈 봉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재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석유부는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감시할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 구매 재개를 시도할 경우 보복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미국 백악관과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 재개 시 25%의 관세를 재부과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