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자가, 중위계층 자산형성 돕지만
수도권·부채는 양극화 심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최근 청년 세대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부모의 재력과 부채 활용 여부, 수도권 거주 등이 신혼 청년가구의 자산 격차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거주 목적의 자가 마련은 전 계층의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만, 수도권 내 주택 구입이나 빚을 낸 투자는 계층 간 양극화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치 않은 세대 내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해 보다 정교한 청년 자산 형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신혼 청년가구의 자산 격차 발생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박성욱 선임연구위원은 1999~2023년 연간 노동패널자료를 활용, 부모로부터 분가한 지 5년이 지난 신혼 청년가구(가구주 20~39세)의 순자산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기가 소유한 집에 거주하는 '자가점유'는 순자산 규모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순자산이 적은 하위 분위나 최상위 분위보다 중간 수준인 중위분위로 갈수록 자산 형성 효과가 커지는 '역U자' 형태를 보였다. 중위분위에서 실거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거주 중심의 자가점유 확대가 자산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거주 여부는 계층에 따라 상반된 영향을 미쳤다. 순자산이 비교적 많은 상위 분위에게는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하위 분위에게는 높은 주거비 부담 탓에 저축 여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불평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서 자가점유 지원 정책이 자산 불평등 확대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등을 통해 주거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생애소득을 넘어서는 고가 주택을 청년에게 우선 분양해 이른바 '로또' 기회를 주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주거비를 낮춰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채 역시 청년세대 전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부채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회 전체적으로 신혼 청년가구의 순자산 분포는 더욱 불평등해졌다. 상위 분위는 부채를 지렛대 삼아 자산을 증식할 기회를 얻는 반면, 하위 분위는 불어난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자산 형성이 더뎌졌다.
이른바 '부모 찬스'로 불리는 부의 대물림 현상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사회 전체적으로 부모 가구의 순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신혼 청년가구 순자산의 계층 간 불평등이 확대됐다. 부모의 순자산은 혼인을 계기로 중상위 계층 자녀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전 세대보다 많은 자산을 축적한 1·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고 자녀 세대가 새 가구를 구성하면서 부의 대물림을 통한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산 축적의 핵심인 소득조차 부모의 경제력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아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장기 번영을 이끌 청년세대를 위해 주택, 대출,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진하는 자산형성 지원 정책이 의도치 않게 세대 내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와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며 "부채를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하위분위 청년들의 소득창출 능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