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는 순간 달라지는 무게 중심…실시간 보정 필수
시각 인식·힘 조절 동시에 필요한 고난도 작업
속도보다 안정성 중시하는 가정 환경 고려
힘과 동작 좌우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 개발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귀여워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술이냐면요..."
지난달 'CES 2026'에서 LG전자가 공개한 홈 로봇 'LG 클로이드'의 시연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로봇이 빨래를 집고 접는 장면은 단순해 보였지만,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 천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힘을 조절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꼽힌다. LG전자는 가정 환경을 기준으로 가전·인공지능(AI)·로봇을 연결하고, 실제 집안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중제비보다 어려운 '빨래 개기'
9일 LG와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CES 2026에서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 발로 덤블링을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달리, 클로이드는 집 안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작업을 시연하며 다른 로봇 전략을 제시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빨래를 개는 작업은 로봇 기술 가운데서도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천은 고체처럼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 연성 물체로, 접거나 들어 올리는 순간마다 형태와 무게 중심이 계속 변한다. 잡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주름과 처짐이 달라지고,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결과가 매번 달라진다.
로봇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시각 센서를 통해 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접힘과 늘어짐에 따라 손가락별 힘과 관절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단순히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변화를 예측하고 즉각 보정하는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박스나 용기처럼 형태가 고정된 물체를 옮기는 작업과 달리, 연성 물체 조작은 인식·추론·제어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로 분류된다.

◆'가사 노동 제로'를 위한 선택
LG전자의 'LG 클로이드'는 이러한 가사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클로이드는 가정 내에서 AI 홈을 완성하기 위한 로봇으로, LG가 그리는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의 핵심 요소다. LG전자는 68년간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을 통해 가사 노동을 줄여왔다. 로봇은 그 연장선에 놓인 선택이었다.
LG는 가사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위해서는 물건을 옮기고, 치우고, 물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할 존재로 로봇을 정의했다. 클로이드는 단순한 전시용 콘셉트가 아니라, 실제 가정 환경에서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이를 위해 LG는 로봇의 형태부터 다시 정의했다. 집안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느 정도의 키와 팔 길이가 필요한지를 선행 연구로 검토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2~3학년 수준 이상의 키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클로이드는 약 110㎝ 높이까지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팔 길이는 약 60㎝로, 물건을 집고 꺼내는 데 충분한 도달 거리를 확보했다.
LG는 이동 방식에서도 가정에서 생활하는 로봇인 만큼, 안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넘어지지 않는 구조가 핵심이었다. LG는 양발 휴머노이드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즉시 제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로는 바퀴 기반 이동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가정 환경에서는 로봇이 빠르게 움직이거나 뛰어야 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기 위해 손은 휴머노이드에 가까운 형태를 택했다. 클로이드는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핸드 구조를 적용해, 집고, 당기고, 조작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전·AI·부품으로 확장된 로봇 전략
가전과의 연동은 LG 로봇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클로이드는 씽큐(ThinQ)를 통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과 연결된다. 로봇이 냉장고로 다가오면, 가전이 이를 인식해 접근 방향에 맞는 문을 미리 열어준다. LG전자는 "고객의 집과 가정 내 데이터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로봇이 활용하도록 연결하는 것이 LG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클로이드는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비가 오는 날 열려 있는 창문을 닫는 시연 역시 원격 조작이 아닌, 로봇이 인식과 추론을 거쳐 행동하도록 구현됐다. LG는 이러한 인식·추론·행동 기술을 '피지컬 AI'로 정의한다.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비전 센서를 통해 세상을 읽고, 학습한 결과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변화가 많은 가정 환경에서 로봇이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LG는 로봇에 감정 표현도 더했다. 얼굴 디자인을 적용해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교감을 강화했다. 얼굴이 없거나 검은 화면으로 구성된 기존 로봇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LG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개발에도 나섰다. CES 2026에서 처음 공개한 로봇용 관절 'LG 액추에이터'는 성장 중인 휴머노이드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힘과 움직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LG는 연간 5000만 개 이상의 모터를 생산해 온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부품 시장 선점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클로이드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로봇으로, 지금 수준은 출발점에 가깝다"며 "앞으로 기술 고도화를 통해 5~8세 아동기, 그리고 청소년기 단계까지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