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도 절차도 없는 억지 해임"
"대통령 자의적 해임 땐 연준 독립성 산산조각"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가 미 연방대법원의 높은 문턱에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들은 "대통령 마음대로 연준 이사를 자른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산산조각 날 것"이라며 행정부 측 변호인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21일(현지시간) 열린 미 연방대법원 구두 변론에서 대법관들은 트럼프 행정부 측 대리인인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을 상대로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핵심 쟁점은 △해임 사유의 정당성 △증거의 불확실성 △경제적 파장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사우어는 "미국인들은 자신을 위해 특혜성 금리를 챙긴, 중대 과실을 저지른 인물이 국가의 금리를 결정하게 놔둬선 안 된다"며 쿡 이사의 '모기지 부정 의혹'을 해임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쿡 이사가 서류 두 곳을 '주 거주지'로 표기한 것이 단순 실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우어 변호사가 "실수라 해도 중대한 잘못"이라고 맞서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행정부의 부실한 일처리를 질타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법원이 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심리나 해봤느냐"며 "증거 기록에 모기지 신청서가 들어있긴 한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가장 강력한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에게서 나왔다. 그는 "당신 주장은 사법적 심사도, 구제 절차도 없이 대통령 혼자 낮은 기준으로 해임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산산조각 내버릴(shatter)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역시 "경제학자들은 쿡 이사가 해임될 경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당사자인 쿡 이사는 이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나는 끝까지 미국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휴가용 주택을 주 거주지로 속여 금리 혜택을 봤다며 해임을 추진해왔지만, 이날 대법원의 기류를 볼 때 오는 6월 판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