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2일은 '일 년 중 밤이 제일 길고 낮이 제일 짧다'는 '동지(冬至)'이다.
올해 동짓날인 22일, 경북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면서 맹추위가 찾아왔다.
울진지역 사람들은 동짓날에 눈이 오거나 기온이 떨어져 추우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전통 사회에서 동지는 사실상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날'로 여겨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부르며 독특한 세시 의례를 담은 민속(民俗)을 남겼다.

울진 지방에서 전승되는 대표적 동지 세시는 '팥죽먹기'와 '동지고사', '동지 불공드리기' 등이다.
이들 세시 중 '팥죽먹기'와 '동지 불공드리기'는 모두 각 가정이나 개인이 치르는 세시이다.
반면에 '동지고사'는 가정 단위나 문중 단위로 행하는 세시이다.
전통 사회 울진 지역의 유력 성씨(姓氏)로 자타가 공인하는 담양 전씨(潭陽田氏) 문중이 동짓날 행하는 '동지 팥죽 고사'가 눈길을 끈다.
담양 전씨 울진 지역의 각 분파는 해마다 동짓날 아침,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소재 '반정재(泮亭齋)'와 '경문사(景文祠)'에서 '동지고사'를 행한다.
반정재는 담양 전씨 문중의 재실이다. 또 경문사는 고려 말 문신인 전녹생(田綠生), 전귀생(田貴生), 전조생(田組生) 삼형제와 담양 전씨 울진 입향조인 전자수(田子壽)를 배향하는 사우이다. 삼형제의 시호를 따서 '경문사'라고 칭하며, 향사는 매년 음력 10월 1일에 행한다.
전자수는 문원공 경은 전조생의 장손으로 고려조에서 대제학을 지냈으며 강원도 안렴사 재직 때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비판하며 평해(울진)에 정착했다.

동짓날 아침 울진 지역 담양 전씨 문중은 반정재에서 한 해의 향사례(享祀禮)를 총괄하는 '제장(祭長)'을 선임하는 '파임(派任)' 회의를 행한다.
'파임 회의'에서 담양 전씨 각 분파의 어른들은 신임 제장의 선임과 함께 춘추 향사 등 조상 의례를 담당할 제관과 유사 등 직책을 배정하고 의전 절차와 비용의 조달 등을 논의한다. 또 한 해의 향사례에 쓰인 제비 등을 결산한다.
동짓날 아침에 파임 회의를 열고 다가오는 한 해의 춘추 향사(시제) 등 조상 의례를 담당하는 제장을 새로 선임하는 것은 전통 사회에서 동지(冬至)가 사실상 '한 해를 시작하는 날'로 여기는 구체적 사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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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담양 전씨 문중은 파임 회의를 통해 선임된 신임 제장과 지나간 한 해의 춘추 향사 등 조상 의례를 총괄해 온 제장은 재실인 양정재의 마루에서 '팥경단과 제주'를 차린 상을 마주하고 앉아 제장의 책임과 역할을 인수인계하는 음복례를 치렀다.
이때 선임 제장이 신임 제장에게 제주를 따라주며 "다가오는 한 해의 춘추 향사 등 조상 의례를 빈틈없이 치러줄 것"을 당부한다. 신임 제장은 제주를 음복한 후 선임 제장에게 제주를 올리며 "한 해 조상 의례를 정성껏 빈틈없이 잘 치를 것임"을 다짐한다.
이어 선임 제장과 신임 제장은 사우인 경문사로 이동해 향과 초를 밝히고 4현의 신위에 각각 재배(再拜)를 하며 '파임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제장이 교체되었음'을 고한다.
동짓날 아침에 행하는 의례를 담양 전씨 문중은 '동지고사'라고 부른다.
동지고사를 위한 선임 제장과 신임 제장의 음복례 상차림은 '팥죽과 제주'로만 차려진다.
이날 음복례 상차림에는 '팥죽' 대신 '팥경단'이 올랐다.
울진 지방에서는 그해의 동짓날이 음력 11월 초에 들면 '애기 동지'라 하여 팥죽을 장만하지 않고 '팥떡'이나 '팥경단'을 장만한다. '애기 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집안의 아기에게 좋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동짓날이 중순에 드는 '중 동지'와 하순에 드는 '노 동지'에는 반드시 팥죽을 쑤어 먹었다.
이날 동지 고사의 실무를 맡은 전종식 씨는 "올해 동지가 음력 11월 초에 들어 '애기동지'이기 때문에 조상에게도 팥죽 대신에 '팥경단'을 차린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