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방위장관, 미 핵잠 시찰…도입 명분 '한국·호주 보유'
방위비 9조엔 돌파 추진…'반입 금지' 완화 움직임 본격화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일본 총리관저의 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가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18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했지만, 정부 내 핵무장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자단에 "북한 등 일본 주변국이 다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결국 자국을 지키는 것은 자국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위력 강화를 위해 일본이 핵 보유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핵 3원칙(가지지 않는다·만들지 않는다·반입하지 않는다)의 재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총리가 관련 논의를 한 적 없고, 그런 생각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차원의 검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비핵 3원칙을 수정하려면 막대한 '정치적 자본(political capital)'이 필요하며, 지금은 더 시급한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2026년 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개정 과정에서 비핵 3원칙 중 '반입 금지' 조항의 재검토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일본은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문제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7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자국 내 미 해군 기지를 찾아 핵잠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핵잠 보유 여론을 살피는 가운데, 이번 방위장관의 시찰이 도입 추진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 장관은 19일 전후로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를 찾아 입항한 핵잠을 시찰할 방침이다. 이후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에서도 일본 잠수함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 시찰은 일본이 핵잠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고이즈미 장관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국과 호주는 핵잠을 보유하게 될 것이고, 미국과 중국은 이미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안보 환경에서 억지력을 높이려면 더 이상 금기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현재 약 2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나 핵잠은 한 척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핵잠 추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내세운 핵심 국방 과제 중 하나다. 다카이치 정부는 지난 10월 일본유신회와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차세대 동력과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잠수함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추가했다. '차세대 동력'은 사실상 원자력 추진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6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비핵 3원칙의 수정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내세운 정책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제조하지 않으며·반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다카이치 정부는 유사시 미국의 핵 억지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반입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위비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6년도(2026년 4월~2027년 3월) 방위비를 9조 엔(약 85조6000억 원) 이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25년도 방위비는 8조7005억 엔(약 82조8000억 원)으로, 14년 연속 증가세다.
요미우리신문은 또 고이즈미 장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전화 회담을 추진 중이며, 한국 외에도 영국·필리핀 국방장관과의 회담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군사 분야까지 확산하자, 일본이 주변국에 해명을 병행하며 외교적 파장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