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 부실 속 '금융그룹 편입' 신호…자본력 있는 대주주 유도 포석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를 저축은행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침체됐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지방금융지주와 증권·보험 중심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 부담이 구조적으로 완화됐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 3월 발표된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로, 금융지주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이미 대주주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고 향후 정기 적격성 심사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그룹 차원의 건전성·내부통제·대주주 책임에 대한 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저축은행을 보유할 경우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별도의 정기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검증된 금융지주에 또 다른 심사를 반복 적용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주주는 원칙적으로 2년마다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거나 동일 계열 저축은행을 보유한 경우에는 매년 심사가 이뤄진다.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10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이력이 없어야 하고, 재무건전성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대 6개월의 개선 기간이 부여되며, 이 기간 동안 대주주가 보유한 10%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사후 인허가 리스크가 제거되면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는 금융지주들의 부담이 실질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변화가 곧바로 대규모 M&A로 이어질지는 별도 문제"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는 이미 금융지주법 체계 안에서 자본력, 유동성 관리, 내부통제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허가 자체가 M&A의 결정적 장애였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반복적인 적격성 심사에 따른 행정 부담과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간접적으로 인수 검토의 문턱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인수 검토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캐피탈 중심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지역 기반 중금리 금융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저축은행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방금융지주의 실제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크지 않고, 지역 내 기존 사업만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다"며 "실제 M&A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보험 중심 금융그룹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계자는 이어 "올해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사례가 있고, 증권업권에서도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저축은행)과 DB투자증권(DB저축은행)이 각각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며 "다른 증권·보험 중심 금융지주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발표는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SBI저축은행은 업계 1위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된 2023~2024년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2022년에는 32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5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교보생명은 당시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보험·저축은행 간 고객 기반을 연계하고,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미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증권사 사례가 있는 만큼, 보험·증권 중심 금융지주들도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올해 KBI그룹의 상상인·라온저축은행 인수 등 총 3건의 저축은행 M&A가 성사됐다. 2012년 이후 연간 평균 1건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장 활발한 흐름이다. 지난 3월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 발표에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까지 정책 기조가 M&A 친화적으로 전환된 영향이라는 평가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요 매물로는 애큐온·페퍼·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이 꼽힌다. 특히 애큐온저축은행은 총자산이 6조원을 넘어 업계 4위 웰컴저축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 잠재 매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수 후보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이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저축은행을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업황이 악화된 저축은행 업권을 보다 자본력 있는 금융그룹 체계 안에서 재편·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황을 감안하면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금융그룹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업권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개정은 그 방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준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