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美 판매 점유율 확대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미국의 수입차 관세 인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희비를 갈라놓았다. 특히 각 기업마다 다른 관세 대응방식이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같은 관세 환경에서도 같은 관세 환경에서도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거나 구조적 비용 압박이 겹친 업체들(폭스바겐·GM)은 판매와 수익성이 흔들린 반면, 관세 부담을 흡수하며 가격을 유지한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시장 지위를 강화했다.

17일 NICE신용평가의 '2026 자동차 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을 판매가격에 전가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가격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은 판매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관세가 동일하게 적용됐지만, 이를 소비자 가격에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성적표를 갈랐다.
현대차그룹은 대표적인 대비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9월 누계 기준 약 4조6000억원의 관세 비용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보다는 점유율 확대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4만대에서 137만대로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10.2%에서 10.9%로 상승했다. 관세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이익창출력과 재무 여력이 전략 선택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담에 더해 구조적인 비용 압박이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폭스바겐은 관세 영향에 더해 전기차 전략 재조정과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되면서 EBIT(이자·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이 2024년 6.0%에서 2025년 1.2%로 급락했다.
GM 역시 미국 기업임에도 멕시코·캐나다 등 해외 생산 비중과 글로벌 부품 조달 구조로 인해 관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전기차 판매 부진과 재고 조정 비용까지 겹치며 EBIT 마진이 8.0%에서 4.2%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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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취약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관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미국 시장 내 완성차 업체 간 점유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업체일수록 판매 감소와 브랜드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부문에서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2025년 9월 말 기준 현대차·기아 합산 순차입금이 –31조원에 달할 만큼 재무적 완충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는 "관세 부담과 경쟁 심화로 이익 규모는 예년보다 축소되겠지만, 본원적인 이익창출력과 재무 여력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관세 충격을 흡수하며 견조한 판매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국면에서는 가격 인상 여부가 단기 실적을 좌우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버틸 수 있는 이익 구조와 재무 체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관세를 가격에 전가한 기업과 흡수한 기업 간 격차는 당분간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