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의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여 현재 국내 체류 인원은 26만 명이 넘었다. 이는 한국의 대학들은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또는 줄어드는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경쟁적으로 유치한 학생들을 한국 사회와 산업현장으로 연결해 주는 고용정책은 여전히 닫혀 있고, 국내 기업이 오랫동안 겪어 온 구인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게 된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유학생들을 그저 대학 운영을 위해 필요한 숫자로만 여기고 '제도 밖의 사람'으로 남겨 둘 것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다.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 제도의 모순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청년 일 경험 프로그램과 국민취업지원제도 내 직무체험 사업은 청년에게 산업현장을 경험하게 하고 직업역량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대표적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 하나로 외국인 유학생을 일괄 배제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 전공 적합성, 취업 의지, 학업 성취 등이 아무리 뛰어나도,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한국 기업 문을 두드려 볼 제도적인 기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 유학생의 적극적 유치와 졸업 후 취업 외면이라는 이 모순은 단순한 행정상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손실이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찾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의 취업과 정착을 희망한다. 그런데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기업들은 해외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필요로 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유학생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유학생들은 한국 취업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음에도 공공적 현장훈련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졸업과 함께 한국을 떠난다.
그들이 한국에서 축적한 교육적·문화적 경험은 고스란히 다른 국가의 경제로 이전되고, 국내 산업은 매번 인력난을 호소하면서도 실질적 대안을 찾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일경험 프로그램을 허용하는 것이 내국인 청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 논의의 핵심은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소득보전 기능을 외국인에게까지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 학업 중인 유학생에게 제한적인 규모의 훈련형 기회를 제공하자는 데 있다.
'복지'는 그대로 내국인 중심으로 유지하면서, '일경험'이라는 비급여형 프로그램을 소규모로 개방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약 2만 명에서 많게는 4만 명까지 참여하는 청년 일경험 사업에서 단지 1천 명에서 2천 명 정도를 별도 트랙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내국인 청년의 기회가 침해될 위험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개방은 그 자체로 국내 청년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유학생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고, 협업 과정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는 특정 국가의 청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어울려 배우고 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시대 환경에 국내 청년이 일찍 노출되는 것을 결코 손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유학생 참여 과정에서 불법취업으로의 전환이나 근로자성 논란, 과도한 기업 부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참여 범위를 체류자격 기준 안에서 조정하고, 한국어 능력과 전공 적합성 등 최소한의 참여 요건을 분명히 설정하며, 교육·훈련 중심이라는 제도적 성격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대학 현장실습 제도 등에서 유사한 위험을 잘 관리해 온 경험도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이미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에는 막대한 힘을 기울이면서, 정작 이들이 한국에서 경험을 쌓고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는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결국 반쪽짜리 정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유학생 유치-교육-취업-국내 정착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게 작동할 때 비로소 한국은 글로벌 인재가 찾아오는 교육·고용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의 일경험 프로그램 참여 허용은 거창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장차 한국 경제의 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다.
이는 내국인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 인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묻는 첫 걸음이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인재를 국내에서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배운 인재를 계속 다른 나라로 떠나보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단절된 문을 조금만 열어 유학생에게 제한적이나마 일경험 기회를 부여한다면, 한국이 보다 개방적이면서도 책임 있는 인재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가 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는 인구 감소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자기 경제 안으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가진 국가다. 한국이 그 해답을 갖기 위해서는 더 이상 유학생을 '외부자'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들을 한국의 미래를 함께 갈 인재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재단법인 피플 정유석 이사장은 산재 전문가의 길을 걸으며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문화 사회 통합과 청년 지원에 헌신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1991년 공인노무사 합격 후 국내 최초 산재보상 전문 노무법인 설립을 주도하며 '성공한 노무사'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산재심사위원회 심사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전문성을 공고히 했다. 그의 봉사 정신은 2010년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피플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재단은 산재로 고통받는 근로자와 가족 지원을 기본으로, 청년 취업을 돕는 '잡카페 플랫폼' 제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고자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법무부 위탁 '이주민 지원사업'을 통해 국적 취득을 돕고,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며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지원에 집중하며 이들의 자녀가 미래 한국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