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세우는 가운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 전략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배 장관이 지난 7월 임명 전까지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발탁하며 한국 AI 산업 변혁의 선봉에 세웠다고 전했다.
배 장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우리는 단순히 그중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며 "한국이 '톱2(미국·중국)'를 실제로 위협할 수 있는 유력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재명 정부가 경제성장 동력을 재가동할 핵심 분야로 AI를 지목했다고 소개했다. 정부의 내년 AI 예산은 10조1000억 원으로,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성장 동력인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과 수출 분야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란 해석이다.
배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속도를 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비서관과 협력해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한국 내 대규모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공동투자에 합의했고,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는 AI 컴퓨팅용 가속기 칩 5만 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과기정통부,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에 공급하기로 한 26만여 개 그래픽처리장치(GPU) 패키지의 일부다. 지난 10월 발표 자리에서 황 CEO는 "한국은 세계 최대 AI 허브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배 장관은 지난 10월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며 위상이 강화됐다. 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광운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SK·LG 계열사를 거친 뒤 2020년 신설된 LG AI연구원의 초대 원장을 맡아 대규모 언어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을 주도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모델의 최신 버전 엑사원 4.0은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 AI 디퓨전 리포트'에서 한국의 대표적 프런티어 모델로 언급됐으며, 오픈AI GPT-5와의 격차가 약 5.9개월에 불과하다고 평가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배 장관은 LG 재직 당시 연구조직의 경직된 위계와 보상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우수 인재를 대거 확보한 이력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 합류를 주저했지만 한국 연구자와 기업이 대규모 GPU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낼 길이라고 판단해 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후 한국형 기초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정하는 전국 단위 경쟁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이 선발됐으며, 약 6개월마다 한 팀씩 탈락해 최종 두 팀을 남기는 방식이다.
배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본·인재 풀에서 앞서는 나라와 정면 경쟁하기 어렵다"며 "경쟁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엔비디아·현대자동차와 '피지컬 AI(로보틱스·자율주행)' 공동개발 협약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AI 등 핵심 분야 해외 우수 연구인력 2000명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배 장관은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결국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인터넷이 수십 년 전 한국 경제의 중핵 역할을 했듯,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AI가 그만큼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