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원가 압박에 가격 '막판까지 조율'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스마트폰 시장까지 번지며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투자로 모바일 D램(LPDDR) 공급이 빠듯해진 가운데, 올해 초 30달러 대였던 LPDDR5X 12GB 가격은 최근 7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PC·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가운데 갤럭시 S26 역시 원가 부담이 확대되며 출고가 변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최근 모바일 D램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공급사와 가격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역량이 AI용 메모리에 집중되면서 모바일 라인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해졌고, 이에 따라 S26의 원가 구조 확정도 늦어지는 분위기다.
◆ 모바일 D램 가격 급등…S26 원가 부담 '정면 압박'
실제 올해 초 30달러 대였던 LPDDR5X 12GB 모듈 가격이 최근 7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원가 부담을 흡수하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가격 상승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275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7051억 원) 대비 25.5% 증가했다.
스마트폰 원가 구조에서 모바일 AP가 약 20%, 메모리반도체가 약 1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두 핵심 칩 가격이 동시에 뛰면서 전체 원가에서 이들 부품이 차지하는 부담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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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이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직후 국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 출고가는 '막판 결정'…S26 가격도 출시 직전까지 조율 가능성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사양과 부품 발주는 통상 출시 6~9개월 전부터 확정되지만, 출고가는 훨씬 뒤에 결정되는 구조다. 환율, 주요 부품 원가, 경쟁사 가격 전략 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여러 가격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고, 최종 결정은 출시 직전까지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처럼 연간 로드맵이 정교하게 짜여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출시 1~2개월 전에는 내부적으로 사실상 가격 밴드를 확정하고, 출시 직전 환율 변동이나 프로모션 조건에 따라 마지막 미세 조정을 거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메모리 가격 변동이 계속될 경우 갤럭시 S26 출고가 역시 출시 직전까지 조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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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S25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 S25 시리즈의 주요 모델 가격을 동결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AP와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전작과 동일한 가격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25 시리즈는 당시 시장 상황을 감안해 가격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원가 구조 자체가 크게 변했다"며 "모바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일 조짐이 없어 세트업체들이 가격 전략을 놓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 '가격 조정' 현실화
스마트폰 제조사 전반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 10월 신제품 레드미 K90 프로 맥스의 판매가를 전작 대비 약 6만원 인상했다. 루웨이빙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원가 압박이 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며 "메모리 칩 가격 상승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언급했다.
애플 역시 일부 모델에서 원가가 높아지면서 내년 아이폰18 시리즈의 가격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