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밸류 부담, 실적은 미국 밖에서 개선"
"한국·일본 주주환원 강화…밸류에이션 재평가"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내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중심의 성과 흐름에서 벗어나 미국 외 지역과 아시아로 실적 개선이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성장 흐름이 기술주를 넘어 비(非)테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 간·업종 간 격차가 축소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2026년 글로벌 증시 전망 간담회'를 갖고 "지금 시장은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자산과 지역이 점차 동기화되는 '싱크로나이즈드 시프트(Synchronized shift)'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며 "그동안 미국과 AI에 집중됐던 실적 개선 흐름이 미국 외 지역과 테크 외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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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로베코자산운용] |
그는 미국 시장에 대해 "경기 여건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크랩 대표는 "무역 긴장 완화와 제조업 개선, 소비 확대 등으로 단기 환경은 우호적이지만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질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만약 실적이 기대를 따라오지 못할 경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침체가 나타날 경우 주식시장이 30~40%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저점 통과 이후 점진적 개선'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은 방위비와 AI 관련 재정 지출이 확대되고 있고, 재정 여력이 충분해 인플레이션 부담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는 유로화 강세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급격한 반등보다는 시장 안정과 마진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는 투자 중립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크랩 대표는 "지난 10년간 미국 중심 투자가 이어졌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국면은 반복되지 않는다"며 "미국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과 개선되는 실적을 감안하면 아시아와 신흥국으로 자산 배분을 재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일본과 한국을 주목했다. 그는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AI와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비효율적 기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기업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 시점에 한국 전망이 밝다고 말했을 때 많은 분들이 웃었지만, 밸류업 정책은 기대 이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고, 제도화되면서 이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동남아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큰 인구 구조,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동시에 갖춘 지역"이라며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과거 한국을 돌아보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 대해서는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는 국면"이라며 "작년은 투자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점진적 접근이 가능한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크랩 대표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환율은 개별 국가 정책보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엔화 역시 미·일 금리 차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수 편입 기준은 공개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주식시장 구조만 놓고 보면 한국은 상당 부분 선진시장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