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의무 채용, 지역 균형 발전 취지 무색
"공공기관 전문성·경쟁력 향상 문제…제도 손질 필요"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된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지역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인재풀이 제한되고, 일부 대학 출신이 채용을 독점하는 폐쇄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대학 수가 적은 일부 혁신도시의 경우, 사실상 특정 대학 중심의 채용 쏠림이 불가피해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기관 내 전관예우 등 기존의 내부 카르텔에 더해 새로운 형태의 '지역 카르텔'이 생겨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인재 채용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의무채용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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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인재 의무 채용, 지역 균형 발전 취지 무색
12일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특정 지역 중심의 '채용 카르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이후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2022년까지 신규 채용 인원의 30%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도록 의무화됐으며, 이후 법 개정을 통해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채용 비율은 35% 이상으로 강화됐다.
문제는 각 기관이 의무 비율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오히려 특정 대학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혁신도시가 위치한 일부 지역은 대학 수가 한두 곳에 불과해 채용 대상이 사실상 특정 대학 출신으로 한정되는 구조다.
실제로 전북 완주 혁신도시의 전북대·전주대, 강원 원주 혁신도시의 강원대, 경남 진주 혁신도시의 경상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같은 지역 출신이라도 타 지역 대학 졸업자는 채용 기회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지역 내 대학이 한정돼 있어 특정 학교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를 악용해 지방대에 편입하거나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전문성·경쟁력 향상 문제…제도 손질 필요"
국토부 산하기관 역시 매년 지역인재 채용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2018년 18.5%였던 지역인재 의무채용률은 2019년 21.9%, 2020년 24.1%, 2022년 35.0%, 2023년 32.1%, 2024년 33.0%다.
2018년 기준 20%에 채 미치지 못했던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한국도로공사 역시 지난해 기준 30.0%를 넘어선 상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2018년 28.3%를 제외하고 매년 30% 이상의 지역인재 채용률을 보이고 있고,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기준 50%에 달한다.
이미 기관 내 전관예우·입찰 비리 등 공공기관 카르텔이 만연한 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이른바 '지역 카르텔'이 더해질 경우 투명성이 훼손되고 지역 간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역인재 채용 대상을 광역 단위로 확대하거나 의무 채용 비율을 완화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처럼 '지역대학 출신'에만 초점을 맞추면 공공기관의 인사 투명성과 전문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쟁력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인재풀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준 전 LH 사장 역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LH가 주택 공급을 주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지역 인재 할당제는 문제가 있다"며 "제도 자체는 좋지만 범위를 좀 넓히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공공기관 내 카르텔은 사회적인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의 신뢰성 등에서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또 다른 카르텔을 방지하기 위해선 인재 채용 비율이나 범위를 조정하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