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브랜드 혁신과 상생협력 전담 부문 신설
쿠팡, 홍보·대외협력 전문가 전면 배치
상생협의체 표류 속…규제 논의는 지속 확산
사회공헌·일자리 창출로 정부 기조와 보조 맞추기도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여권을 중심으로 배달 플랫폼과 관련한 규제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가 나란히 '삼성맨'을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에 본진을 두고 있는 두 기업이 국내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삼성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윤석준 전 삼성그룹 제일기획 부사장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총괄사장으로 영입했다. 윤 사장의 합류와 함께 배민은 기존 브랜딩·홍보 조직을 통합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부문'을 신설하며 체계적 소통 강화에 나섰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국가 및 기업 브랜드 전략, PI(president identity) 업무, 주요 국가행사 총괄을 경험한 전문가다. 그는 향후 배민 브랜딩과 홍보, 사회공헌,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및 동반성장을 총괄할 예정이다. 특히 파트너 업주와 라이더와의 상생협력 사회공헌 확대를 통해 '배민 2.0'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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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윤석준 우아한형제들 브랜드ㆍ커뮤니케이션 전략 총괄사장. 오른쪽은 김정석 신임 홍보 부사장. [사진=우아한형제들, 삼성생명 제공] |
쿠팡 역시 삼성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쿠팡은 김정석 전 삼성생명 상무를 신임 홍보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1995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카드, 전략기획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오랜 기간 홍보·대외협력 업무를 맡아왔다. 특히 2018년부터는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을 총괄하며 대관·대외 소통 전반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로서 복지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업계는 두 기업의 행보에서 공통된 맥락을 짚는다. 단순한 인사 교체 차원이 아니라 삼성식 조직 운영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을 전면에 세워 규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배민은 브랜드 혁신과 사회공헌, 상생협력 등 다층적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할 전문가를, 쿠팡은 대관·대외 협력과 정책 대응에 능한 인사를 각각 영입하며 서로 다른 필요를 충족했지만 결국 목표는 '규제 국면 속 대외 소통 역량 강화'로 수렴한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상생협의체 논의가 깔려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양사가 직접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는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라이더 최소보수제, 최고 배달운임제 등 별도의 규제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 등 지자체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운임 체계와 관련한 공정·상생 거래 지침 마련을 추진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수수료 책정 방식과 계약 관행을 모니터링하고 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감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추가 규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이처럼 각기 다른 주체의 규제가 맞물리자 기업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대외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규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공헌을 한층 강조하는 기조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사회공헌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쿠팡은 전국 물류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 데 이어 보다 체계적인 사회공헌 전략 수립과 전문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청년·중장년층을 아우르는 지역 고용 기여, 사회적 가치 실현을 기업 경영 핵심 축으로 삼으며 정부와 발을 맞추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생협의체가 출범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인사는 기업들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과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