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IT 기술부터 대만 문제까지
지정학적 메가딜의 일부분
알고리즘 통제 미국 손에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틱톡 딜'이 최종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이 '양보'를 결정한 속내에 조명이 집중됐다.
중국이 틱톡을 사실상 포기하는 수순을 밟는 데는 더 큰 것을 손에 넣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5년간 중국이 틱톡 매각 압박에 강하게 저항했고, 중국 관료들이 미국 정부의 매각 요구를 차별적이라고 공개 비난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기 때부터 틱톡의 미국 내 금지와 사업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틱톡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나 허위 정보 유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고, 틱톡을 금지하거나 미국 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국가 안보 문제로 여겨졌다.
중국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과 추천 알고리즘까지 통제하려는 미국을 강하게 거부했고, 결국 2024년 봄 미국 의회는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일정 시한 내에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으면 앱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전을 가져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틱톡을 통해 많은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했고, 대규모 기부자 중 한 명이 바이트댄스의 주요 투자자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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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로고와 미국, 중국 국기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25년 초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 매각 시한을 반복적으로 연장한 동시에 대중 무역전쟁을 강화하며 중국산 상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역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무기 삼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형태로 맞대응 했다.
최근 수 개월 사이 상황은 또 한 차례 반전을 맞았다. 양국이 합의점을 모색하는 데 커다란 진전을 이룬 것.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안에는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이 만족스러울 만큼 충분히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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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
무엇보다 미국 IT 기업 오라클(ORCL)이 틱톡 알고리즘의 보안과 재구축을 담당하게 됐다. 바이트댄스는 20% 미만의 지분만 보유하고, 미국 내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
미국 사용자 데이터는 오라클이 관리하는 보안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중국을 포함한 외국 적대 세력을 차단하는 통제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백악관 측은 이를 통해 오라클이 새로운 미국 틱톡 법인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수 년간 모든 거래의 핵심 사안이었다. 틱톡 매각을 의무화 한 미국 법안은 바이트댄스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새로운 미국 앱에서 어떤 운영 역할도 금지한 반면 중국 법은 이 같은 민감한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앱과 알고리즘, 사용자 데이터의 감독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셈법으로 보면 지금이야 말로 틱톡 카드를 꺼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도했다.
겉 보기에는 틱톡을 양보하는 중국이 밀리는 형국이지만 실상 보다 중차대한 사안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돌리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준 앱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사이 중국은 대미 협상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관세와 수출 제한, 대만 문제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회담 개최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기본적으로 관세와 첨단 IT 기술, 대만 문제 모두에서 미국의 양보가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뉴스위크를 포함한 다른 매체들도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발표 후 틱톡 거래 협상을 중단한 사실을 근거로 들어 틱톡을 관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직접적인 카드로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BC는 "양국이 틱톡 협상의 진전을 '더 큰 거래'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틱톡을 양보하되 그 대가로 관세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대만 문제에서 너무 강하게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중 틱톡 매각 승인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같은 일정이 추진되면 틱톡의 미국 사업은 미국인 투자자가 통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국가 안보 위협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거래 완료에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기 위해 행정명령 서명 시점부터 추가로 120일 동안 매각 마감일을 연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관건은 첨단 AI 기술과 대만 문제 등 미국 안보에 보다 근본적인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맞물릴 것인지 여부다.
NYT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용적 딜메이커로 기대를 걸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거래 성사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1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과 훌륭한 통화를 했고, 그가 거래를 승인했다"며 "거래가 성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틱톡 딜을 빙산의 일각이라고 판단한다.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메가딜의 일부분이라는 얘기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