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출 금리도 속속 낮춰...대출문 넓히고 지원책도 선봬
은행들 연체율 늘고 충당금 더 쌓아야...'건전성 관리' 숙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시중은행들이 그간 소극적이었던 중소기업대출 기조를 최근 확대로 전환했다. 6.27 규제로 가계대출에 한계가 생기자 서둘러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건전성 부담은 커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47조4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 542조497억원 대비 5조3763억원 늘어난 수치로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들 4대 은행은 올 상반기까지 중소기업대출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1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541조7802억원으로 6월 말까지 증가액이 2695억원에 그친다. 상반기 5개월간 늘어난 대출 잔액보다 7월부터 세 달이 채 안된 사이에 늘어난 액수가 훨씬 큰 셈이다.
중소기업대출 금리도 속속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8월 공시한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보증서 담보 기준) 평균금리는 4.07%로 지난 1월 4.93% 대비 0.86%p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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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기조를 급격히 선회한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축소 및 상생 금융 정책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시행한 '6.27가계부채 규제'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했다. 하반기부터 가계대출을 기존 목표치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정부가 '상생금융' 정책 일환으로 강조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요한 요인이다.
가계대출에 제약이 생긴데다 정부가 '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함에 따라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상 대출문을 본격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9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5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대출 지원책을 발표했다.
신한은행도 이번 추석 명절을 맞아 일시적으로 자금 마련이 필요하거나 자금 운영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15조원의 금융지원을 실행한다. 하나금융그룹도 최근 미국 관세 피해 기업에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마련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다만 '건전성 관리'는 숙제로 떠올랐다.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4%로 지난해 동월(0.46%) 대비 0.28%p 늘었다.
또 중소기업대출이 늘수록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늘게 된다. 중소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는(RWA) 평균 약 40~50%로 가계 주택 담보 대출(10~20%)보다 높게 적용돼 같은 금액을 대출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때 자본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용공급 자체가 제약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커지면 리스크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신용평가, 산업분석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