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상, 무역 넘어 경제안보 과제로…민관 공동 대응 필요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제도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산업과 안보를 아우르는 종합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디지털 통상시대, 현안과 경제안보 전략'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동상 현안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우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디지털 통상은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경제안보와 국가전략이 맞물린 핵심 과제"라며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정밀 지도 데이터, 클라우드 보안,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은 모두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세밀한 분석과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동 주최자인 이성권 의원은 "미국발 통상 압력 속에서 산업계의 경쟁력과 실익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며 "특히 디지털 통상은 안보에도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분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세미나가 대응 전략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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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전경 [사진=뉴스핌DB] |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짧은 시간에도 정부 협상팀이 합의를 도출한 점은 긍정적"이며 "이제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제도 전반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관세 논의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산업협력으로 협력을 확장할 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민관이 함께 대응 논리를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통상환경 변화와 진단' 발표를 통해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제도가 자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 클라우드 보안인증 제도의 높은 진입 장벽, 통신사 중심의 망 사용료 부과, 플랫폼 규제 강화 등이 해외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단·장기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산업계와 정부가 공동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도의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되, 매년 발간되는 무역장벽보고서(NTE)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길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다른 국가들의 대처 방식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교수는 '디지털 통상 도전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발표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한국의 디지털 제도도 자국에 불리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EU 사례에서 보듯 잠재적 위협을 넘어 현실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이 미·EU 협상 경험에서 나타난 표준의 상호인정과 사이버보안 인증 협상 사례 등을 참고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부터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디지털 통상 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협력 플랫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통상과 경제안보 현안을 우리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한영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발표자 2인 포함, 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 원장,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제도 문제가 향후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라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구체적 논리와 이슈별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정책과 연계된 안보·투자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어, 정부가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국익 차원에서 민관이 협력해 대응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디지털 통상이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경제안보와 국가 전략이 맞물린 '디지털 통상-안보 넥서스'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현안과 공공부문 데이터 문제를 구분해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이한영 교수는 디지털통상의 다면적 특성이 오염되어 초혁신경제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집단지성 상시 가동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경협은 이번 논의를 계기로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디지털 통상 전략을 재정비하고,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