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SPC그룹이 멕시칸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를 품으면서 외식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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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레 영업점 [사진=로이터 뉴스핌] |
9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 서울 주요 상권에 치폴레 1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치폴레가 한국에 진출하게 된다면 치폴레의 아시아 첫 매장이 된다. 1993년에 설립된 치폴레는 미국을 대표하는 멕시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다. 치폴레는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약 38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치폴레는 '프리미엄 건강식'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했다. 치폴레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건강식과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미국 젊은 층의 트렌드에 힘입어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폴레는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선택해 조합하는 '맞춤형' 방식을 내세운다. 여기에 유기농, 글루텐프리 등 건강 요소를 결합해 '헬시 플레저'(Healthy + Pleasure) 수요와 맞닿아 있다. 경쟁사로는 타코벨, 쿠차라 등 멕시칸 체인 브랜드가 꼽힌다.
SPC는 배스킨라빈스, 던킨, 쉐이크쉑 등 다수의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킨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치폴레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작 법인 형태로 치폴레를 도입해 서울에 1호점을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행보는 SPC가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외식 시장에서 승부수로 띄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SPC삼립은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PC삼립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235억 원으로 3.0% 줄었다.
회사 측은 "단기 성과보다 안전한 생산 현장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와 함께 공급처 다변화와 품목수 조정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PC는 외식 시장에서 각 브랜드의 강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국내 진출 40주년을 맞은 배스킨라빈스는 브랜드 비전을 발표하고 신규 전략 매장 '청담점'을 오픈했다.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 역량과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앞으로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과 미식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던킨은 지난 8월 데이비드 리 쉐프와의 협업을 통해 '고기 듬뿍 브리또', '고기 듬뿍 바게트 샌드위치'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쉐프 콜라보를 시작으로 식사로 즐길 수 있는 핫샌드위치 군 뿐 아니라 커피&도넛, 음료 등 도넛 외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다.
파리바게뜨는 출시 직후부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얻고 있는 건강빵 브랜드 '파란라벨'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연구 및 기술 개발,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차별화된 베이커리 경험을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파스쿠찌는 리브랜딩 '센스 오브 이탈리아' 콘셉트를 반영한 매장을 꾸준히 선보이며 정통 이탈리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고객 트렌드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잠바주스는 리브랜딩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PC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외식 시장에서 각 브랜드의 강점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치폴레의 한국 시장 안착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가성비'보다는 건강과 신선함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취해왔는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대로 책정될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외식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경쟁 강도가 높다"라며 "햄버거·치킨·한식 기반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 치폴레가 단순히 미국 모델을 그대로 이식한다면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성공 여부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가격·가치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멕시칸 음식은 여전히 한국 대중에게 낯선 메뉴 군이다. 특정 계층이나 MZ세대의 호기심 소비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려면 현지화 메뉴 개발과 적극적인 교육·마케팅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의 '이색 체험용 브랜드'로 소비되고 사라질 위험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