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10% 임박 격일 제한급수 가능
[강릉=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강릉시가 사상 최악의 가뭄 속에 마침내 제한급수를 단행한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3%대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강릉시는 오는 6일 오전 9시부터 대수용가 123개소를 대상으로 제한급수에 돌입한다고 5일 발표했다.
대상은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대형 수용가로 공동주택 113곳과 대형 숙박시설 10곳이 포함된다. 기존의 정수장 공급은 중단하고 소방 당국과 협력해 탱크로리 등으로 저수조에 직접 물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 |
김홍규 강릉시장이 제한급수에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릉시] 2025.09.05 onemoregive@newspim.com |
◆저수율, 임계점인 10% 눈앞…"시민 절수만으로 한계, 이제는 강제 조치 불가피"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저수율이 곧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시간제 단수(밤 10시~새벽 5시)와 격일 제한급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릉 오봉저수지는 2024년 여름 최악의 가뭄에 이어 올해는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은 여름 강수량(187.9mm)을 기록했다. '108년 만의 최악 가뭄'이라는 말 그대로 시민 생활과 농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강릉 지역은 식수가 저수지와 지표수에 의존하는 구조라 지하수나 대형 댐의 지원을 받는 대도시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
[강릉=뉴스핌] 최지환 기자 = 강릉에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2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에서 포크래인이 상류의 물을 활용하기 위해 물길을 내고 있다.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9일 기준 15.7%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2025.08.29 choipix16@newspim.com |
시는 이미 시민 자율절수를 독려해왔으나, 예상만큼의 절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제한 조치와 함께 전면적인 절수 캠페인을 추가로 강화할 계획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세탁은 모아서 하기, 목욕물 아껴 쓰기, 변기 물 절약, 허드렛물 재활용 같은 작은 실천들이야말로 저수율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며 "이제는 불가피하게 행정 조치까지 시행할 수밖에 없는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가속화
가뭄 장기화에 따라 정부도 강릉지역에 자연재난으로는 최초의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대의 급수차와 소방청의 지원 차량이 투입되는 등 전국 단위의 지원 체계가 가동 중이다. 해양경찰에서도 대형경비함정을 이용해 생활용수를 지원하고 있다.
![]() |
[강릉=뉴스핌] 이형섭 기자 = 인근 지자치에서 지원한 응원급수를 실어나르는 소방차에서 생활용수가 뿜어지고 있다. 2025.09.01 onemoregive@newspim.com |
농업 분야에서도 이미 상당한 희생이 따르고 있다. 농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을 자제하며 시민 생활용수 우선 공급에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벼 수확기를 앞두고 가뭄이 지속되면 농업 피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시는 동막·칠성·장현저수지 및 지하수 관정까지 총동원해 농업 피해 최소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릉시는 아직 단수까지는 시행하지 않았지만, 그 임계점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김홍규 시장은 "절체절명의 이 시기에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만 버틸 수 있다"며 "물이 조금 남아 있을 때의 불편과 그마저 다 떨어졌을 때의 혼란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onemoregiv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