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 생산적, 나토 지도자들과 젤렌스키와 통화할 것"
푸틴 "건설적…상호 존중 분위기서"…트럼프 모스크바 초대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기대를 모았던 휴전 합의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날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아 이번 회담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포함해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먼저 발언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건설적'이었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그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직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다.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합의는 없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가며 이번 회담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곧바로 푸틴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밝혔다. 이 날 기자회견 내용은 전체적으로 매우 모호했고, 두 정상 모두 실제로 무엇에 동의했고 무엇에 동의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평화를 위한 여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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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협상하기 위한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양국 정상의 회견은 푸틴 대통령이 먼저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초대받은 정상이 주최국 정상에 앞서 발언하는 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절친 푸틴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화답하듯 러시아와 미국 간 지리적, 역사적 유대관계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했을 때 "안녕하세요, 이웃, 잘 지내셨나요"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다음 회담을 모스크바에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한 연단 뒤 배경에는 '평화를 추구하다(Pursuing Peace)'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열망해온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동시에 평화의 중재자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날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앵커리지 시내 거리 곳곳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 켠에선 이번 정상회담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회의적인 수백 명의 진보 성향 시위대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시내 행진을 벌였다. 반면 3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수십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량으로 북적이는 교차로에 줄지어 서서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이번 회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두 정상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 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며 미소를 보이는 등 밝은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은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 16일 새벽 4시30분)께 시작해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미국 측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러시아 특사가,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이 배석했다.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경제 제재를 포함한 '매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과 만남에서 즉각적인 휴전 선언을 포함한 실질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 지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