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 연방정부가 정규군 병력 증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 집권 여당 내 양대 세력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징병제'를 재도입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민당은 지난 2011년 폐지된 징병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민당은 자발적 지원 시스템을 주장하고 있다. 사민당은 또 유사시 강제 징집을 해야 할 경우, 그 결정 권한을 내각이 아닌 연방의회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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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24년 8월 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유엔사 연병장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군사령부 가입 기념식을 마친 뒤 유엔사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보도에 따르면 오는 27일 독일 내각에 병력 증대 방안을 담은 '군 복무 현대화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사민당 소속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주도한 이 법안은 병역 대상인 모든 남성의 명단 등록과 신체 검사를 의무화하고 이중 원하는 사람에 한해 현역으로 선발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여성도 자원 입대가 가능하도록 했다.
독일 국방부는 이 같은 제도 마련을 통해 매년 약 5000명의 병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복무 기간은 최대 23개월로 잡았다고 한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초안을 작성했기 때문에 사민당의 구상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기민당은 법안 내용을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민당은 해당 법안에 징병제가 포함돼야 하며 '징병은 의회가 결정'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기민당의 외교·국방 정책 담당자 노르베르트 뢰트겐은 "징병제가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만 활성화한다면 이는 억제 수단이 아닌 반응 수단에 불과하다"며 "위기 상황이 발생한 다음에 징병제가 발동된다면 때가 너무 늦어 실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민당 소속인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명확한 목표가 없다"며 "(그의 초안에는) 자원병이 부족할 경우 자동으로 징병제로 전환하는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민당과 피스토리우스 장관 측은 "자발적 지원제는 군에 진정으로 복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곳(군)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발적 복무자가 더 오래 군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제로 하면 저항이 생긴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독일 연정의 양 정당은 의무 복무제를 놓고 싸움을 벌일 태세"라며 "촉박한 일정으로 이달 27일까지 (양측이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보수 진영은 올 가을 연방의회에서 법안 수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의회에서 이 법안을 놓고 여러 차례의 독회와 위원회 토론을 거쳐 수정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민당 소속 의원들은 "지금의 내용대로라면 이 법안은 의회 통과를 위한 충분한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