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A 급증과 RRP 고갈
지급준비금 3조달러 하회
자금시장 동시다발적 악재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재무부가 단기물 국채 발행을 늘리는 가운데 월가에 자금시장의 유동성 악화를 둘러싼 경고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자금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미국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한 이후 약 3280억달러 규모의 단기물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금융시스템에서 자금을 빼내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 시장 충격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월가가 경계감을 내비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은행권 지급준비금이 3조3300억달러로 파악됐다. 아직은 자금시장에 완충 역할을 할 만큼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재무부가 단기물 중심의 국채 발행을 지속할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재닛 옐런 전 장관이 장기물 발행을 축소하면서 단기물에 무게를 둔 데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지만 같은 국채 운용 전략을 동원하는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단기물 국채 발행과 분기 법인세 납부로 인해 재무부 일반계정(TGA) 규모가 현재 약 4900억달러에서 86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중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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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GA(파랑)와 역레포(빨), 지급준비금(검정)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이 때 은행권 지급준비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처음으로 3조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무부가 단기물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은행이나 펀드 등 금융권에서 국채를 매입, 현금을 재무부에 지급하게 된다. 금융권 자금이 재무부 일반계정(TGA)로 옮겨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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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SE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은행들이 국채를 매입하려면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사용해야 하고,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이 늘어날수록 시중 유동성은 줄어들게 된다.
월가가 우려하는 이유는 지급준비금이 줄어들수록 유동성 부족 신호가 될 수 있고, 은행들이 서로 단기 자금을 거래하는 익일물 시장에서 자금 부족으로 금리가 급등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라이트슨 ICAP의 루 크랜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11일자 보고서에서 "지급준비금 수치가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시장 상황의 변화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노동절 이후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지급준비금이 2조8000억달러를 지속적으로 밑돌 때까지는 익일물 시장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급준비금 2조8000억달러를 일종의 안전선으로 판단한다. 최근 수치가 3조3000억달러 가량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마지노선까지 아직 여유분이 있지만 이 선이 뚫리면 자금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월가는 경고한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달 미 중앙은행이 은행권 지급준비금 수준을 약 2조7000억달러까지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충분한 지급준비금의 최저 수준은 연준이 익일물 자금시장을 교란시키지 않으면서 대차대조표를 얼마나 축소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잣대다.
과잉 유동성의 핵심 지표인 익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RRP) 이용이 계속 줄어들면서 자금시장 기능성을 측정하는 데 지급준비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미 연준이 지난 3년간 양적긴축(QT)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했는데 RRP는 자산 만료로 인한 총 부채 공급량 감소에 따라 줄어든 과잉 현금의 척도로 역할했다.
팬데믹 당시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채권을 매입했고, 이 때문에 대차대조표가 약 9조달러까지 불어났다. 2022년 연준은 QT에 나섰고, 2024년 3월 기준 대차대조표는 7조4000억달러까지 축소됐다.
RRP는 머니마켓펀드나 보험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기구인데, 주요 외신에 따르면 QT 초기 단계였던 2022년 12월 잔고는 2조40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8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감소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논리는 간단하다. 연준이 QT로 보유 국채를 줄이면 민간이 보유해야 할 국채가 늘어나고, 머니마켓펀드를 포함한 금융권은 RRP에 맡겨둔 자금을 빼서 국채를 매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RRP 잔고가 줄어드는 것.
월가는 RRP 잔고가 특정 수위 아래로 떨어지면 QT 종료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RRP 수치를 통해 자금시장의 과잉 유동성, 즉 여유분의 자금을 파악한다는 얘기다.
RRP가 거의 바닥을 친 상황에 재무부 일반계정(TGA) 증가와 같은 유동성 흡수 요인들이 직접적으로 은행권 지급준비금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월 말 급등했던 연준 시설의 잔고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이후 1000억달러 선을 넘은 것은 하루 뿐이었다.
씨티그룹은 8월 말까지 수치가 0에 근접할 가능성을 점친다. RRP가 거의 고갈된 가운데 재무부 현금 잔고 증가는 은행 지급준비금을 고갈시켜 자금시장의 스트레스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