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식품 업계에 관행처럼 자리 잡은 장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과도한 노동 강도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생산직 근무제 개선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완전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업계는 2교대 근무가 만연하고, 인건비를 최소화해 이익을 개선하는 구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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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 사고 현장.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
1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 풀무원, 오뚜기 등 주요 식품 제조 업체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2조 2교대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농심은 현재 신라면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2교대 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농심 측은 "주 52시간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지만, 향후 노조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근무제 개편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뚜기 또한 주 52시간제를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시 일부 라인에만 3교대 근무를 유동적으로 적용해 근무 강도 분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제조본부 차원에서 근무 제도 전반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 측은 "과거와 달리 자동화가 많이 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주·야 근무 및 업무 강도가 개선된 상황이지만 시즌성 또는 케파를 넘어서는 일부 품목들은 주 52시간 법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부분적인 3교대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상황"이라며 "주·야간 스케줄은 노조와 협의하고 공장별 근무자와 사전 협의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주요 공장을 4조 2교대로 운영 중이다. 공장의 업무 특성에 따라 3조 2교대와 2조 2교대도 일부 운영 중이다. 풀무원 측은 "휴게시간 보장과 업무 안전사항 준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라며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법적 근로시간 한도 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근로자 대상 안전 문화 확산 및 예방 교육을 시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CJ푸드빌은 성수기 3교대, 비수기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CJ푸드빌 측은 "전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산업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도 2조 2교대로 국내에 영등포공장, 양산공장, 평택공장 등 15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웰푸드 측은 "식품 업계에 2조 2교대 근무는 만연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외부·내부 사정을 고려해 근무제에 대해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2교대 근무 체제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오리온 측은 "그때그때 생산 물량에 따라 야간 근무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생산 효율성을 이유로 12시간 맞교대 근무가 사실상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다.
식품 공장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2조 2교대'는 주간조와 야간조가 하루 12시간씩 공장을 나눠 운영하는 체계다. 통상 주간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 야간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까지 일하는 식이다. 사실상 하루 12시간 근무한 뒤 맞교대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야간 조는 주중 내내 밤샘 근무를 이어가야 해 피로 누적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시간 근무하는 맞교대 근무제는 피로 누적, 야간 집중도 저하, 안전사고 가능성 증가 등 구조적 문제를 동반한다. 특히 사고 발생이 잦은 새벽 시간대에는 현장 인력 밀집도가 낮아 대응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식품 생산라인은 원료 배합 이후 공정을 중단하기 어려운 공정 특성과 유통기한·납기 이슈로 인해 24시간 가동이 기본이다. 특히 여름철 유제품, 신선식품, 반조리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면 전량 폐기되는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현재 12시간 2교대 체계에서는 연장 및 야간 수당이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직원 입장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은 연봉 축소로 직결돼, 소득 감소에 따른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 업계 입장에서는 12시간 맞교대 운영 시 인건비를 최소화해 이익 개선을 꾀할 수 있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3교대로 전환할 경우, 인건비는 사실상 1.5배 이상으로 치솟는다. 야간수당 지급도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어 추가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업계는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는데 연봉을 올리면, 인력 충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장들이 다 지방에 있다 보니 인력난이 극심한 실정"이라며 "사람을 뽑고 싶어도 쉽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 채용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