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준비 과정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일관성 집착'
장비도 마찬가지... 잃어버린 도구 찾아 온라인 뒤져 구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프로골퍼에게 '루틴'은 습관이 아닌 경기력 유지를 위한 핵심 무기이자 심리적 안정 장치다. 매 라운드와 매 샷을 같은 방식으로 준비함으로써 변수가 많은 필드에서도 일정한 샷을 할 수 있다. 톱랭커일수록 루틴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하다. PGA닷컴은 8일(한국시간)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의 루틴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셰플러는 어릴 적부터 한 코치와만 호흡을 맞춰왔고 초보자에게 권할 법한 연습용 그립으로 여전히 훈련한다. 대회 전에는 반드시 같은 순서로 준비 과정을 밟는다. 셰플러는 "잔디에 익숙해지고, 공의 비거리를 확인하고, 그린 스피드와 벙커 모래 양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늘 같은 루틴을 통해 대회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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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러시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셰플러가 7월 21일 디오픈 챔피언십 최종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21 psoq1337@newspim.com |
셰플러의 '일관성 집착'은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부와 명성을 얻은 뒤에도 주행거리 10만 마일을 넘긴 SUV를 몰았다. 댈러스 자택 인근의 같은 멕시칸 음식점 두 곳을 오랫동안 다녔다. 최근에는 한 매장을 포기했다. 너무 자주 알아보는 손님 때문이었다. 독실한 종교인이자 겸손하고 가정적인 그는 내성적이고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루틴 집착은 장비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셰플러는 골프의 기본 액세서리 중 하나인 '디봇 수리 도구(divot repair tool)'를 50달러 주고 이베이(eBay)에서 구입했다. 디봇 수리 도구는 보통 대회 주최 측이나 클럽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흔한 물건이다.
하지만 셰플러는 아주 특정한 제품만을 고집해왔다. 명문 코스 사이프러스 포인트(Cypress Point) 방문 때 마음에 드는 디봇 수리 도구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딱 맞는 크기의 금속 재질이었다. 요즘은 이런 디봇 도구를 거의 만들지 않아요. 거기서 구한 제품을 계속 써왔습니다"고 말했다. 애지중지하던 그 도구를 잃어버린 뒤 같은 제품을 구하지 못하자 결국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뒤졌고 가명도 쓰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구매했다. 올해 다시 사이프러스 포인트를 찾은 셰플러는 아예 그 도구를 몇 개 더 샀다. "현장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더군요. 그래서 몇 개 더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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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스코티 셰플러가 8일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1라운드 9번 홀에서 퍼팅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5.08.08 psoq1337@newspim.com |
셰플러는 8일 플레이오프 첫 관문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라운드 전 잔디 결, 그린 스피드, 벙커 모래 상태까지 사전에 몸에 익힌 뒤 경기장에 나서는 그의 철저한 루틴 고수로 변함없이 안정적인 샷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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