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미국이 영국·호주와 맺은 오커스(AUKUS) 핵잠수함 협정의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영국과 호주가 앞으로 50년 동안 핵잠수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협약 체결식은 26일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커스 멤버인 미국이 새 조약에 참여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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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로이=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와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왼쪽부터)이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영국 장관급 협의(AUKMIN)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양국은 50년 짜리 안보조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2025.07.25. ihjang67@newspim.com |
영국의 데이비드 라미 외무장관과 존 힐리 국방장관, 호주의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페니 웡 외무장관은 24~25일 호주 시드니에서 호주-영국 간 2+2 장관급 협의(AUKMIN)를 갖고 기존 오커스 협정에서 약속한 양국간 안보·국방 협력 관계를 50년으로 연장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말스 장관은 이번 협정이 1901년 호주 연방 수립 이후 가장 중요한 협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오커스 잠수함 협약에 대해 망설이는 가운데 영국과 호주가 50년 방위조약을 체결하기로 했다"며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국이 오커스급 핵추진 잠수함 공동 개발을 위해 광범위하게 협력하는 방안이 골자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지난 2021년 9월 15일 3국 안보 협력체 '오커스' 창설을 공식 발표했다. 오커스는 호주(A), 영국(UK), 미국(US)의 국명 머리글자를 합쳐 이름을 만든 단어였다.
오커스 핵심은 미국과 영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호주가 핵추진 공격형 잠수함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핵잠 건조에 필요한 원자력 추진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해 주는 것은 1958년 영국으로의 이전 이후 6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협약에 따라 2030년대 초에 호주가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공격핵잠 최소 3척을 구매하고, 이후 2040년대에는 오커스급 공격핵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총 사업 규모는 3680억 달러에 달했다. 최초 오커스급 핵잠은 영국의 애들레이드에서 건조하고, 이후엔 호주에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오커스 협정의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재검토는 미 국방부의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지난 3월에 "호주가 공격원잠을 보유하면 매우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수년 내 발생할 수 있는 대만 방어를 위해 미국 역시 공격원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오커스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잠수함 보유는 목표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잠수함 생산은 자국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속도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국 장관들은 오커스 협약의 미래에 대해 걸고 있는 기대를 가감없이 표출했다. 라미 외무장관은 "점점 더 불안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영국과 호주의 굳건한 우정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힐리 국방장관은 "이번 조약은 양국 해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최첨단 공격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를 분리할 수 없는 시대"라며 "러시아를 돕고 드론과 기술, 전선에 병력을 공급하는 이들이 다음에는 인도·태평양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성명에서 "새 조약으로 향후 25년간 최대 200억 파운드(약 37조원)의 수출 효과를 기대한다"며 "핵잠 프로그램이 절정에 달할 때가 되면 2만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