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기관 권한 박탈에 항의
"반대자 탄압·권력 집중"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현지시간 22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대통령실 인근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국가반부패국(NABU)의 권한 박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3년 반 지속된 전시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여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부패 조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2개 기관의 독립성을 박탈하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후 수 시간 뒤 1000명 이상이 대통령실 근처에 모이며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자들은 "치욕" "법안 반대"를 외쳤다. 시위자들은 젤렌스키 정부가 반대자에 자갈을 물리고 권력을 집중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키이우의 선진 7개국(G7) 대사들은 이날 NABU 관리들과 회동 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상황을 정부 지도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부패방지국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에게 NABU와 특별반부패검찰관을 통제하는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사실상 행정부내 인사의 부패 조사를 막는 조치다.
세멘 크리보노스 NABU 국장은 "NABU가 조사했던 관리들이 법안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정부 수사관들은 하루 전 최소 15명의 NABU 직원을 대상으로 일련의 압수 수색을 집행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NABU 내 조사팀 책임자인 루슬란 마그하메드라술로프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해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활동가들은 NABU 탄압은 NABU가 부총리 올렉시 체로니쇼프를 조사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NABU는 미국와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못이겨 2015년 창설된 조직이다.
친러시아 지도자를 붕괴시킨 2014년 혁명 후 NABU 창립을 도운 비정부단체 반부패행동센터 공동설립자인 다리아 칼레니크는 "우크라이나에서 반부패 조직을 없애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반부패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이 됐다. 비판론자들은 전쟁 발발 후 그가 정치적 위협과 정적에 강압적 정책을 쓰고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19년 대선 경쟁자였던 페트로 포로센코 전직 대통령은 올 초 자산 동결과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달 초 반부패행동센터 공동설립자인 비탈리 샤부닌은 사기 및 병역 기피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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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