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K 예치금 1경 2516조 원 규모...현재는 주식·채권에 주로 투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조 달러(약 1경 2516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암호화폐와 금, 사모펀드 등에 개방하려는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계획을 보고받은 3명의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안에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401(k) 퇴직연금 계좌에서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외의 대체 투자 자산군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번 명령이 허용하는 자산군은 암호화폐, 귀금속, 기업 인수전문 펀드, 사적 대출, 인프라 투자 등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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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
워싱턴의 규제기관들에 남아있는 장벽을 조사하고, 이러한 대체 자산들을 401(k) 계좌에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라는 지침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FT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범한 미국인들의 번영을 회복하고 그들의 경제적 미래를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결정은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발언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401(k)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들이 급여 일부를 세금 혜택과 함께 주식·채권 등 공개 시장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는 가장 대중적인 은퇴 저축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공모펀드(상장 주식·채권)에만 투자됐다.
이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투자를 주류화 하려는 의도를 더욱 가속화하는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대형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 대한 집행 조치를 중단하면서 관련 산업에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5월에는 노동부가 조 바이든 이전 행정부 시절 마련된 '401(k) 가상자산 투자 지양 권고안'을 철회하며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다.
트럼프가 강력히 지지한 암호화폐 관련 3개 법안이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번 행정명령은 암호화폐 외에도 블랙스톤, 아폴로, 블랙록 등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들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스톤은 이미 401(k) 외부 수탁기관인 그레이트그레이 트러스트(Great Gray Trust)와 협력 중이며, 뱅가드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아폴로와 파트너스그룹은 대형 401(k) 운용사인 엠파워(Empower)에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사모펀드 업계가 연금 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수년간 연기금·대학기금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인 은퇴자금이 유입될 경우 높은 수수료, 높은 레버리지, 자산가치의 비투명성 등 리스크도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kwonjiun@newspim.com